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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북카페] 젊은 여성·중년 남성 소설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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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女 베르베르 '죽음'…50대男 조정래 '천년의 질문'
죽음 떠오르는 서적 인기…손흥민 에세이 예약부터 인기

[충무로 북카페] 젊은 여성·중년 남성 소설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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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젊은 여성들과 중년 남성들이 모처럼 소설 읽는 재미에 빠졌다. 충무로 북카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9개월 만에 소설이 1위에 올랐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죽음'. 야쿠마루 가쿠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1위를 차지한 지난해 10월5일 집계 이후 처음이다. 예상대로 조정래 작가의 신작 '천년의 질문'도 순위권에 진입하면서 모처럼 소설이 힘을 냈다.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의 첫 에세이와 1위 소설을 비롯해 제목으로 죽음을 연상시키는 책이 유독 많은 점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1일까지 판매된 책을 대상으로 베스트셀러 순위를 매겼다. 교보문고ㆍ인터파크ㆍ예스24 등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판매량 순위를 참고하되 본지 문화부 기자들의 평점을 더해 종합점수를 집계했다.


천년의 질문은 3위를 차지했다. 죽음과 천년의 질문은 선호하는 독자층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30대 여성과 50대 남성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죽음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의 선호도가 더 높다. 여성 판매 비중이 60.2%다. 여성 중 세대별 판매 비중은 30대(23.3%), 40대(19.4%) 순으로 집계됐다. 천년의 질문은 성별 판매 비중에서 남성이 59.5%를 차지했다. 남성 중 세대별 판매 비중은 50대(18.7%), 40대(17.2%) 순으로 높았다. 30대 여성과 50대 남성으로 독자층이 나뉘면서 두 책은 함께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정유정의 신간 '진이, 지니'는 지난 집계(6월14일)에서 7위였는데 이번 집계에서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죽음과 독자층이 겹친 탓이다. 진이, 지니는 여성 판매 비중이 72.4%로 압도적인데 여성 세대별로 따지면 30대(27.1%), 40대(24.8%) 순이다. 유독 30, 40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책인데 죽음과 독자층이 겹치면서 손해를 봤다.


조정래 작가는 올해 일흔여섯 살이다. 그러나 여전히 열정이 넘친다. 천년의 질문을 완성하는 데 원고지 3612장을 썼다. 지난달 11일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체력적 부담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작가는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죽음이 닥치는 순간까지 삶을 고민하고 싶다는 뜻일 게다.


그런 작가가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한국의 심각한 양극화 문제였다. 소설에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특히 비중이 큰 인물은 장우진과 고석민이다. 대학교 같은 과 선후배 사이다. 둘은 학창 시절 학원 자주화 운동을 함께 했다. 졸업 후 삶의 행로는 다소 엇갈린다. 선배 장우진은 시사주간지 기자로 일하며 대학 때의 투쟁심 강했던 열정을 유지한다. 그에게 통장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반면 시간강사로 일하는 고석민은 가족의 생계가 늘 고민거리다.


중년의 남성들은 장우진과 고석민의 삶을 보면서 가장으로서 자신의 삶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충무로 북카페] 젊은 여성·중년 남성 소설에 빠지다

30대와 70대는 어떨까.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70대 할머니 박막례씨와 30대 손녀 김유라씨가 함께 쓴 책이다. 책의 앞부분에 앙증맞은 캐리커처와 함께 실린 짧은 글이 '픽' 웃음을 유발한다.


손녀 김유라씨가 먼저 썼다. "서른 언저리에 서니 어떤 예감이 몰려온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반전 같은 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 대개 '기회'란 20대에게나 주어지는 카드 같아서." 바로 아래 박막례씨가 댓글 달듯 글을 썼다.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면 서른 이후에도 얼마든지 인생의 반전은 있을 수 있다.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인생의 승리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쨌든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는 사람들의 현기증을 일으킨다.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베스트셀러 열 권 중 유독 죽음을 연상시키는 제목이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일까. 죽음과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외에 2위에 오른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도 죽음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만드는 책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저자 샐리 티스데일은 올해 예순두 살이다. 티스데일은 지금까지 책을 여덟 권 썼다. 문학상도 몇 개 받았다. 그는 글을 쓰면서 10년 넘게 간호사 겸 임종 지도사로 일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는 그가 임종 지도사로 일하며 느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책은 "지금 당장 머릿속에 당신이 원하는 임종 장면을 떠올려보라"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소설이 상위권을 장악했지만 에세이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베스트셀러 열 권 중 네 권이 에세이다.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외에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도 바쁜 일정 속에서 틈틈이 글을 썼다. 그의 첫 에세이가 곧 나온다.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은 예약 판매만으로 7위에 올랐다. 책은 오는 12일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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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은 올해 스물일곱이다. 그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20대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끌어올렸고 대표 팀에서도 열심히 뛰었다. 그의 책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그의 삶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으로 서른 살이 되기 전에 모든 것을 다 이룬 듯한 그는 어떤 고민을 안고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아닐까.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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