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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이전에 소년을 보라…法, 울타리 만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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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갑 찬 소년 품어줄 사회는 없나]<5>소년법 최초로 쓴 英, 수십번 고쳐 쓰는 이유

'유럽최초 범죄학연구소' 英 케임브리지대학교 로레인 겔스트로프 소장 인터뷰

英 석방 소년 재범률 69%
교육·훈련 통한 교화로
지속적 비행 차단막 만들어
범죄의 꼬리 끊어야

형사처벌 연령 낮추는건
손쉬운 땜질식 처방일 뿐
범죄 일어나는 과정 제어해
재범 막는 시스템 구축해야
범죄 이전에 소년을 보라…法, 울타리 만드는 일 로레인 겔스트로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범죄학연구소장이 영국의 소년 사법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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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영국)=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영국은 근대 소년 사법 시스템의 시초로 꼽히는 '소년법(Children Act)'을 최초로 쓴 나라다. 1908년 제정된 이 법에 따라 소년법원이 설립됐고 이후 영국의 소년 사법은 다양한 법률과 국제 협약 비준을 통해 개혁을 거듭했다. 복잡다단해졌지만 개혁의 방향은 '소년범죄를 어떻게 예방하느냐'라는 한 방향에 맞춰졌다.


이 같은 진보는 소년범죄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30일 유럽 최초의 범죄학연구소인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범죄학연구소의 로레인 겔스트로프 소장을 만나 영국 소년 사법의 역사와 철학을 물었다.


범죄학ㆍ범죄 사법을 전공한 겔스트로프 교수는 1991년 케임브리지대 법과대학 교수에 임용됐다. 인종ㆍ여성ㆍ소년과 관련된 범죄학, 형사 사법 연구에 매진한 그는 2011년 영국 범죄학회장에 선출됐고 2017년에 케임브리지대 범죄학연구소장직을 맡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연구소는 1959년 문을 열어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43명의 교수를 비롯해 200여명이 넘는 연구진이 영국 사법 정책의 근간이 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실에서 만난 겔스트로프 교수는 직접 기자에게 차를 대접했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 다음 날인 이날, 그는 "6살 어린이도 탔던 것으로 들었다"며 위로의 말을 먼저 건넸다. 그는 인터뷰 내내 자라나는 소년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여줬다.


범죄 이전에 소년을 보라…法, 울타리 만드는 일


◆형사 처벌 연령 낮추기, 해법 아냐= 한국에서는 최근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소년에 의한 잔혹한 살인, 영ㆍ유아 살해 등 강력 범죄로 형사처벌 대상 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나 12세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소년 처벌 연령을 낮추는 것에 대해 겔스트로프 교수는 "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 소년 강력범죄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소년 사법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범죄가 일어나는 과정을 제어하고 재범이 되지 않도록 막는 시스템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현행 처벌 연령도 높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14세, 프랑스는 13세, 스웨덴은 15세가 형사처벌 연령"이라며 "영국은 유럽에서도 형사처벌 연령이 가장 낮은 10세이지만 앞에 언급한 나라들보다 소년범죄가 덜 일어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처벌 연령을 낮추고 소년범들을 성인 기준에 맞춰 모두 수감한다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했고, 스스로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영국 수용기관에서 석방된 성인의 재범률은 45%인 데 비해 소년의 재범률은 69%에 이르렀다"면서 "성장기 소년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더욱 쉽게 영향을 받고, 수감으로 인한 낙인 효과와 수감 생활 동안의 범죄 네트워크가 오히려 재범 가능성을 높인다"고 주장했다.


겔스트로프 교수는 영국 범죄 예방 시스템을 만든 분기점을 1998년에 제정된 범죄와 무질서법(Crime and Disorder Act 1998)으로 봤다. 이 법은 비행 초기 단계의 위기청소년에 대한 신속한 개입을 통한 범죄 예방을 강조한다. 소년 사법 정책을 총괄하는 '소년사법위원회'와 다기관 협력 체계를 구현하기 위한 '소년범죄대응팀' 개설의 근거가 되는 법이다. 그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역


152곳에 설치된 소년범죄대응팀은 경찰에 의해 최종경고 처분을 받은 소년을 대상으로 주거, 약물 치료, 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지역적으로 분권화된 시스템이 중요한 것은 지역별로 마약 범죄가 빈번한 곳, 칼부림 범죄(Knife crime)가 자주 발생하는 곳 등 소년범죄의 양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범죄자 이전에 소년"= 그는 소년사법위원회 의장인 찰리 테일러가 리포트를 통해 제안한 '범죄자 이전에 소년(Children first, offender second)'이 영국 소년 사법의 핵심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소년범 문제를 논의할 때 범죄자이기 이전에 소년으로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겔스트로프 교수는 "지난해 소년 교도소에 수감된 900여명 중 50%는 지역이나 가정에서 내쳐져 홀로 생활했고 30%가량이 정신 건강에 문제를 보였다. 60% 정도는 사회화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런 문제점들을 인지하면 소년범들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교육과 훈련은 범죄가 구축될 수 있는 삶에 차단막이 돼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겔스트로프 교수는 "소년들의 인생 전망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성장하는 것은 실수를 하고, 실수로부터 배우는 것을 포함한다. 소년 사법 시스템이 해야 할 것은 심각하고 지속적인 비행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하고 대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 이전에 소년을 보라…法, 울타리 만드는 일 로레인 겔스트로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범죄학연구소장이 영국의 소년 사법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영국의 보호관찰관 1인당 담당 소년 범죄자 수는 23명 수준이다. 영국에서는 많은 수의 보호관찰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경찰 혹은 지역 사회단체들이 운영하는 수많은 청소년 범죄자 교화 선도 시설과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올바른 운전 교육, 사회봉사, 독서 지도, 직업교육, 스포츠 활동 등 청소년 범죄자들의 범죄 원인과 특성에 부합하는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보호관찰관 1인당 담당 범죄자 수는 평균 378명에 이른다.


◆소년범죄 관련 예산 감축, 고개 드는 칼부림 범죄= 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근 10년간 공공부문 예산을 삭감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 사이에서 강력범죄가 늘어나 문제시되고 있다. 영국은 2010년부터 긴축 재정을 폈고, 특히 공공 분야 예산 삭감을 시행해왔다. 일례로 2010년 약 2129억원(1억4500만파운드)에 달한 소년범죄대응팀 관련 예산은 올해 약 1049억원(7150만파운드) 규모로 절반 넘게 축소됐다.


예산 감축은 소년범죄대응팀의 활동을 위축시켰다. 영국의 소년 사법 통계에 따르면 소년범죄대응팀의 연도별 사건 처리 수는 2007년을 정점으로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10만6969건에서 2011년 8만5300건으로 큰 폭으로 줄었고 2017년 2만8352건, 지난해에는 2만5470건 규모로 감소했다.


소년범죄 예방 효과를 보이던 소년 사법 시스템에 대한 예산 축소는 우려를 높이고 있다. 전체 소년범죄 건수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는 반면 지난해 칼부림 범죄로 경찰의 주의를 받거나 형을 선고받은 소년범은 43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2730명 수준에서 70%가량 증가한 수치다.


겔스트로프 교수는 "소년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이는 인력과 서비스 확대 등 재정 투입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처벌 강화는 정부 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듯 보이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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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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