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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사실상 유무죄 결정권…65년만에 손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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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핵심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 증거능력은…

피고인 법정서 자백 번복해도
피신조서 그대로 증거 채택
경찰 조서보다 폭넓게 인정

증거능력 인정하는 일본도
경찰과 능력차이 인정 안해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핵심 중 하나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 내용이 확정한다면 1954년 형사소송법(형소법) 제정 후 65년 만에 형사재판의 모습과 내용이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다.


檢 사실상 유무죄 결정권…65년만에 손보나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국회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검찰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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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능력은 판사가 피의자의 유ㆍ무죄를 가리는 근거다. 현 형소법은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한다. 반면 경찰관이 작성한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은 잘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차별은 어떤 목적에서 만들어진 것일까.


일제는 식민통제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검찰 등 수사기관의 권한을 방대하게 규정하는 형사 시스템을 구축했다. 1945년 광복 후 미군정이 들어서며 영ㆍ미식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전쟁을 거치며 사회 혼란이 극심해지자 한국 정부는 재차 일본식 형소법을 수용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한민국 정부 최초의 형소법은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검사와 그 외 수사기관에 차등을 뒀다. 형소법 311조ㆍ312조는 '검사 이외 수사기관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거꾸로 검사가 작성한 피신조서는 피고인의 인정유무와 상관없이 증거로 채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결과적으로 증거를 바탕으로 한 공판중심의 형사재판이 아닌, 효율성 위주의 조서중심 재판을 정착시킨 요인이 됐다. 법관이 법정에서 객관적 증거나 증언을 직접 확인하기보다는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보고 유ㆍ무죄를 판단하게끔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한 피의자가 검찰 수사 때 자백을 했다. 이는 피신조서에 적혔다. 그러나 그가 자백 내용을 법정에서 부인하면 어떻게 될까. 판사는 목격자 증언ㆍ폐쇄회로(CC)TV 영상 등 수사기관이 제출한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유ㆍ무죄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것이 공판중심 재판이다. 그러나 현행 형사법 체제에서 자백이 담긴 검사 피신조서는 피의자의 부인ㆍ번복에도 불구하고 증거로 채택된다. 결국 검사 입장에선 자백을 피신조서에 담아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게 되고, 이는 밤샘조사나 강압수사, 경찰ㆍ검찰로 이어지는 이중수사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檢 사실상 유무죄 결정권…65년만에 손보나 20일 오전 국회에서 '경찰개혁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당정청 협의회가 열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사의 피신조서만을 차별적으로 중시하는 형사재판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미국의 경우 피의자의 자백이나 시인을 서면으로 작성하더라도 청취ㆍ신문한 자(이를테면 검사)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해당 내용을 진술을 하게 하고, 그 진술을 토대로 판사는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처럼 서면 자체가 직접 증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일은 아예 공판에서 피신조서를 제출하는 것을 불허한다. 프랑스ㆍ일본은 피신조서 증거능력은 인정하나 검찰과 다른 수사기관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현행 형소법은 검찰이라는 수사기관에게 피의자의 유ㆍ무죄를 가리는 결정적 권한을 부여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판사 입장에선 검사 피신조서에 의존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줬다. 시간이 지나 이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돼 왔지만, 법원 인원의 한계 등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이론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2005년 헌법재판소는 형소법 312조의 위헌성을 살핀 뒤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런 측면에서 65년만의 형소법 개정 시도는 그것이 가져올 변화의 중대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론'을 현실에 가져올 준비가 돼 있는가를 알려줄 바로미터가 된다.


업무 성격이 크게 변화하게 될 검찰 입장에선 일단 반대 의견이 많다. 다만 사회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은 만큼 적극적 반대는 삼가하는 분위기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적법성ㆍ신중성도 중요하다"며 "제도를 한꺼번에 바꿀 때 오는 공백에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원론적으론 반대하지 않으나, 급격한 변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정도로 요약된다. 반면 경찰 측은 "경찰 수사와 동일한 내용을 검사가 조서로 재작성하는 '이중조사'가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피조사자 불편도 해소되고 검사의 직접 수사 요인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법학계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지난해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등 관련 6개 학회가 주최한 대토론회에서는 검사의 피신조서 증거능력 제한에 별 이견이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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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대담에서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가능하지만 우리 사법체계가 그 단계까지 충분히 준비돼 있느냐는 더 논의가 필요하다"면서 "법원 등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향후 국회와 법원, 헌법재판소 등이 참여하는 논의를 통해 단계적 폐지 등 세부적 손질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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