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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하루 한 번 내 똥의 가치는 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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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하루 한 번 내 똥의 가치는 3000원? 똥을 분말로 만든 후 에너지를 생산하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윤동주 화장실' [사진=UN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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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하루에 화장실 몇번 가시나요? 화장실은 여러 번 가셔도 똥은 한 번 정도 누시죠?


이렇게 매일매일 누는 내 똥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아 절약한 물과 똥으로 만든 에너지 등을 활용할 경우 하루에 한 사람이 누는 똥을 화폐가치로 환산하면 3000원 정도된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인구 5000만이 하루에 한 번 똥을 눈다는 가정하에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무려 54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실로 엄청난 가치를 지닌 똥입니다. 도대체 똥의 가치를 어떻게 화폐로 환산했을까요? 단순히 인구수에 3000원을 곱한 것이 아닌 연료화 등으로 활용될 때의 가치 등을 종합해 환산한 것입니다.


조재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팀이 만든 '비비(BeeVi)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나면 즉시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진짜 돈은 아니고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는 '꿀'을 나눠줍니다.


벌을 뜻하는 'Bee'와 미래에 대한 목표나 꿈을 의미하는 'Vision'의 첫 음절을 따서 만든 비비(BeeVi) 화장실에서 똥을 누면 변기 아래 설치된 건조기와 분쇄기가 대변을 가루로 만듭니다. 비비화장실에는 최소한의 물로 인분을 처리하는 스마트변기, 인분 재처리 시스템과 바이오메스 시스템 등이 설치돼 있습니다.


가루가 된 똥은 함께 설치된 미생물 반응조로 보내지는데 여기서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가 발생합니다. 메탄가스와 이산화탄소는 고압력과 분리막 등을 이용해 분리되는데 메탄가스는 연구실의 난방연료로 바로 사용되고, 이산화탄소는 미세조류를 배양하는 먹이로 사용합니다.


이 미세조류를 압착해서 화학처리를 거치면 바이오디젤이 생산됩니다. 메탄가스는 식당 등 도시의 일상 연료로 사용할 수 있고, 바이오디젤은 마을버스 등의 연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분말가루(똥가루)가 많으면 많을수록 꿀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대체로 똥 한 번 누면 '10꿀'을 나눠준다고 합니다. 10꿀의 가치는 3000원 정도된다고 합니다. 처음 비비화장실이 만들어졌을 때인 2016년 10꿀의 가치는 500원 정도에 불과했는데 3년여 만에 6배 정도나 뛴 것입니다. UNIST에서는 화장실서 큰 일 한 번 치루면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을 정도로 지갑이 두터워지는 것이지요.


UNIST는 똥을 돈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이 꿀을 '똥본위화폐'라고 부릅니다. 똥을 재처리해 에너지로 전환하고 생산된 에너지가 가진 가치만큼의 화폐를 지급하는 것입니다. 배변 활동만으로 소득이 생기는 것이지요.


비비화장실은 수세식이 아니어서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환경오염 없이 말끔하게 똥을 사라지게 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는 의미로 비비화장실을 '윤동주 화장실'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과학을읽다]하루 한 번 내 똥의 가치는 3000원? 울산과학기술원(UNIST) 내부에 자리잡은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의 모습. [사진=UNIST]

그나마 몇 안되는 국가의 보배같은 분의 성함이 지방자치단체(윤동주市)나 귀한 시설(윤동주도서관, 윤동주공원)의 이름이 아닌 화장실의 이름으로 사용된다는 점이 약간 씁쓸하긴 하지만 UNIST의 전환적 발상의 승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인문학 분야의 갇힌 사고를 능가했기에 훌륭한 이름을 선점할 수 있었겠지요.


연구팀을 주도하고 있는 조재원 교수는 2017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절반 정도(55%)만이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북한의 전기와 물이 부족 문제를 똥본위화폐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똥을 에너지로 사용한 뒤에는 퇴비로도 사용할 수 있어 일석삼조라는 주장입니다.


똥본위화폐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건설을 추진 중인 조 교수는 "단순히 수세식 화장실의 물을 아끼는 것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장 건설비와 운영비를 절감하고, 에너지까지 만들어내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의미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UNIST 안에 있는 '과일집(과학이 일상으로 들어오는 집, Science Cabin)'에는 비비화장실과 바이오가스 처리장비 등 연구시설이 구축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또 일반인들이 관람할 수 있는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에는 비비화장실에서 만든 퇴비로 기른 보리인 '황금보리' 조형물도 전시돼 있습니다. 이 보리 새순으로 만든 샐러드는 똥본위화폐인 꿀로만 구입할 수 있습니다. UNIST 교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이 꿀을 사용할 수는 없을까요?


UNIST는 내년까지 똥본위화폐의 가치를 10꿀당 3600원으로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 연구팀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이언스월든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똥본위화폐를 기반으로 공동체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UNIST는 사이언스월든프로젝트를 실현할 연구실인 '사이언스 월든 파빌리온'을 운영합니다. 평일과 주말 사이언드 월든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할 경우 방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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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가난한 가족이 공중화장실이 된 윤동주화장실을 이용하고 받은 꿀로 함께 외식하는 날이 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런 문화를 부끄러움 없이 받아 들이는 우리 사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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