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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경직된 운용규제…발행어음, 빛 좋은 개살구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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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대형 증권사들이 연이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서 발행어음 수신 경쟁이 가속화될 분위기다. 라이선스를 받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8조5000억원에 달한다. 자기자본 규모를 고려하면 발행어음 한도는 두 증권사만 따져도 19조원에 이른다. 발행어음 사업자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KB증권도 조건부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올해 1조8000억원을 시작으로 발행어음 잔액을 늘릴 계획이다. 자기자본이 4조5000억원이니 최대 9조원까지 어음 발행이 가능하다. 신한금융투자도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위한 외형 요건(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췄다. 인가를 받으면 최대 8조원까지 발행어음 잔액을 늘릴 수 있다. 삼성증권, 하나대투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초대형 투자은행(IB) 잠재 후보들도 대기 중이다. 이들까지 가세하면 국내 증권업계의 발행어음 한도는 6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갈수록 수신 경쟁 강도가 거세지면서 발행어음 조달 금리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조달 금리는 2.30~2.40%에 형성돼 있다. 각종 비용, 부실 위험 등을 고려하면 평균 수익률이 최소 3% 이상이 돼야 역마진 가능성이 없다는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쟁 심화로 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최소 4%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의 경직된 발행어음 운용 규제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다. 금융 당국은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확보하는 재원의 용도를 제한하고 있다. 우선 1개월 및 3개월 내에 만기 도래하는 발행어음 상환 자금 이상의 유동성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당국은 발행어음 잔액의 35%를 유동성 부채로 간주한다. 유동성 확보에 배정된 자금은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국공채 등이 운용 대상이다. 국공채는 수익률이 1%대 중후반 수준으로 조달금리에 턱 없이 못 미친다.

유동성을 확보하느라 발생한 역마진은 기업금융이나 부동산 투자로 메워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총량 규제를 받는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기업금융 투자에 50% 이상을 투자해야 하고 부동산 투자는 30% 이내로 제한된다. 기업금융 투자는 대부분 회사채나 기업대출로 쏠릴 수 밖에 없다. 지분 투자는 대규모 투자처가 많지 않고 투자에서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위험 관리 등을 이유로 공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기도 쉽지 않다.

채권 투자로도 수익률 확보가 만만치 않다. 만기 1~3년 기준으로 수익률 3%가 넘는 채권은 대부분 BBB급 아래다. 발행어음 라이선스를 확보한 증권사들이 기업금융에 배정된 자금의 대부분을 BBB급 채권 투자에 활용한 이유다. BBB급 채권 공급 물량도 한정돼 있다.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발행된 BBB급 채권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하다. 초대형IB간 물량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 수익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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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경직된 운용 규제의 틀은 투자 안전장치라기 보다는 발행어음 사업자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발행어음이 국내 증권사의 투자 동력을 높이는 윤활유가 아니라 자칫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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