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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그날엔…] 53일 국회파행 끝낸 ‘북한산 회담’, 살벌한 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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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30일 김한길-이재오 ‘사학법 재개정’ 합의…2007년 열린우리당 문 닫고 대선도 기록적인 참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 그날엔…’은 주목해야 할 장면이나 사건, 인물과 관련한 ‘기억의 재소환’을 통해 한국 정치를 되돌아보는 연재 기획 코너입니다.


[정치, 그날엔…] 53일 국회파행 끝낸 ‘북한산 회담’, 살벌한 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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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월30일 북한산 대동문에 ‘유명 정치인’의 모습이 포착됐다. 등산모자와 등산복 차림에 수건을 목에 두른 모습, 생수 한 잔을 나눠 마시며 웃는 표정. 세상에 이보다 더 다정한 관계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을까. 한 장의 사진은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그날의 주인공은 정치인 김한길과 이재오. 두 사람은 각각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여야 원내사령탑이었다. 그들은 정치사에 길이 남을 이른바 ‘북한산 산상 회담’을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언론에 예고됐고, 덕분에 기자들은 땀을 흘리며 북한산으로 올라가야 했다.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이날 만남은 ‘친목도모’가 목적은 아니었다.


2005년 12월9일부터 이어졌던 국회 파행 사태의 종지부를 찍는 게 목적이었다. 국회 파행과 제1야당의 장외집회,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해 국회 문을 나섰다.


53일에 걸쳐 국회는 개점휴업 상황을 이어갔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학법 개정에 반발하며 강력한 투쟁을 이어갔다. 열린우리당 입장에서 사학법 개정은 이른바 ‘4대 개혁 법안’ 처리를 위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정치, 그날엔…] 53일 국회파행 끝낸 ‘북한산 회담’, 살벌한 뒤끝…

여야의 극한 대립을 풀고자 정치 베테랑들이 나섰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 전문가들이었다. 그들은 산상 회담을 통해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


2월1일부터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로써 53일에 걸친 국회 파행 상황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주목할 부분은 합의 내용이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안을 제출하면 담당 상임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사학법 재개정을 논의한다는 내용을 담은 국회 정상화에 동의한다. 향후 국회에서 심도 있는 심의·처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는 사학법 재개정 논의에 합의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원했던 바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국회 파행 사태를 끝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민생 법안 처리와 국회 장관 인사청문회 등 시급한 현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 그날엔…] 53일 국회파행 끝낸 ‘북한산 회담’, 살벌한 뒤끝…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25일 아산 현충사를 방문해 분향하고 있다.

김한길 원내대표와 이재오 원내대표는 2006년 2월21일 북한산 산상회담 뒤풀이 성격의 회동을 통해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북한산 산상 회담은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하면서 ‘윈-윈’으로 마무리될 것처럼 보였지만 뒤끝은 살벌했다.


사학법 문제는 열린우리당 개혁성을 진단하는 잣대가 돼 버렸다. 사학법 후퇴는 열린우리당에 직격탄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개정 1년 7개월 만인 2007년 7월 한나라당과 합의를 통해 사학법 직권상정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당내 진통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의도대로 사학법을 재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의원 절반가량이 투표에 불참했다. 하지만 일부 중진 의원들과 협상파 의원들은 사학법 재개정 국회 표결에 참여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을 거세게 비판했던 민주노동당 천영세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민주노동당과 함께 사학법을 통과시켰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 그러고도 뻔뻔하게 정권을 잡겠다는 것이냐.”


[정치, 그날엔…] 53일 국회파행 끝낸 ‘북한산 회담’, 살벌한 뒤끝…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취임 인사차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눈후 돌아서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사학법 재개정 한 달 후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했다. ‘대통합’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달고 국민에가 다시 정권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학법 재개정 5개월 후인 2007년 12월 대선에서 기호 1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617만여표, 기호 2번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1149만표를 얻었다. 이명박 후보가 500만표의 대승을 거둔 셈이다.


열린우리당은 역사 속에 사라졌고 대통합민주신당은 대선 역사상 기록적인 참패를 경험했다. 2006년 1월30일 국회 정상화를 이끌었던 북한산 산상 회담이 정치사에 길이 남을 ‘나비효과’로 이어진 셈이다.


2019년 5월 국회는 다시 파행이다. 언제 어떤 형태로 정상화 될 것인지 기약이 없다. 2006년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에 반발해 국회 밖을 나섰다. 2019년 자유한국당은 선거제-쟁점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에 반발해 국회 밖을 나섰다. 민주당은 2006년과 2007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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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국당에 '선물'을 준비하고 있을까. 그 선물은 민주당 지지층들이 받아들일 만한 내용일까. 여론의 평가에 따라 민주당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후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국회 파행을 그냥 두고 볼 수도 없다. 민주당의 선택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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