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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빨리 도착하면 비행기도 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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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빨리 도착하면 비행기도 과속? 다급하게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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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모처럼 평일이 낀 5월 첫주 황금의 연휴가 다가오면서 항공편 예약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표를 구해 비행기를 탔는데 출발이 자꾸 지연되면 짜증이 나지요. 그렇게 어렵사리 출발했는데 도착시간이 예정시간보다 빠르면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기도 합니다.


이런 경험 해보신 분 적지 않으실 겁니다. 이럴 경우 비행기를 탄 사람들은 보통 "비행기가 과속했다"고 표현을 합니다. 이 표현 속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습니다."출발이 늦어도 하늘에서 밟으면(과속하면) 되는구만", "빨리 도착해서 기분이 좋지만 너무 무리한 것 아닌가?", "비행기는 하늘에서 막 날아도(과속해도) 되나?" 등등 빨리 도착한 기쁨과 별도로 개운하지 못한 찜찜한 기분도 함께 느끼게 됩니다.


'비행기가 과속했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도로마다 제한속도가 정해져 있어 그 속도를 넘기면 과속이 됩니다. 하늘에도 과속단속 구간이 있을까요? 비행기도 과속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늘에도 속도를 제한받는 구간이 있기는 있지만 이는 자동차가 교차로 직전이나 주차하기 전에 속도를 줄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각 공항마다 차이가 있지만 각국 교통부 장관이 지정한 구역과 관제구역의 경우는 지정한 속도 이내로 운항해야 합니다.


그 외의 구역은 딱히 정해진 속도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도로처럼 단속카메라가 없기 때문일까요?


2016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J의원은 통상 55분 걸리는 김포-여수 노선에서 비행기가 지연 출발했는데도 36분만에 도착했는데 이는 비행기가 과속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비행기의 과속 관련 안전수칙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이후 J의원에게는 '국토교통위원의 자격이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과학을읽다]빨리 도착하면 비행기도 과속? 비행기는 운항전 제출한 '비행계획'에 따라 운항합니다. 하늘에서의 과속은 있을 수 없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국정감사에 임해야할 J의원이 일반인들과 똑같이 '비행시간'과 '항공기 스케줄(Block Time)'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가 출발을 위해 지상에서 움직이기 시작한(Ramp-out) 시각부터 목적지 공항에 도착해 승객이 내릴 수 있는 장소까지 이동해 멈춰서는(Ramp-in) 시각까지를 '항공기스케줄(Block Time)'이라고 합니다. 항공권에 표시된 시간은 이 항공기스케줄인 블록타임(BT)입니다.


반면, 비행시간은 비행기의 순수한 비행시간을 말합니다. 당시 J의원이 주장했던 김포-여수 노선의 평균 비행시간은 38분입니다. 가장 빠른 비행기의 비행시간이 32분, 늦은 비행기는 44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블록타임이 55분이었습니다. 당시 비행시간 36분은 과속이라고 할 수 없는 평범한 비행시간이었던 것이지요.


비행기는 운항 전에 국토교통부에 '비행계획(Flight Plan)'을 제출합니다. 비행계획에는 출발시각과 도착시각, 비행시간도 포함돼 있습니다. 관제시스템은 이를 바탕으로 항공기 간의 안전거리 등을 확보하고 조절합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속도를 높여야 할 경우 관제사와 협의를 거쳐야만 합니다. 조종사의 독단으로 과속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비행기의 비행시간이 32분에서 44분까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제선의 경우 1시간 이상 빨리 도착하는 경우도 있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2015년 1월 뉴욕발 런던행 영국항공 비행기는 예정 도착시각보다 1시간 30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이 비행기의 비행속도는 무려 시속 1200㎞였습니다. 이 속도는 소리의 속도인 시속 1080㎞ 보다 빠른 속도였지요.

[과학을읽다]빨리 도착하면 비행기도 과속? 기류를 타고 운항 중인 비행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여객기가 음속을 넘어서 비행한 것일까요? 시속 1200㎞의 비밀은 기류였습니다. 여기서 비행기의 속도 개념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비행기가 공기(바람)를 가르고 비행하는 속도를 '대기속도(True Air Speed)'라고 하고, 지상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속도, 땅에 서 있는 사람이 비행기를 봤을 때 느끼는 속도나 비행기가 땅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움직이는 속도를 '지상 속도(Ground Speed)'라고 합니다.


영국항공의 비행기는 규정속도 이내인 시속 800㎞의 대기속도를 지키면서 운항했는데 운이 좋아 올라탄 기류의 속도가 시속 400㎞로 상당히 빨랐습니다. 실제 운항 중 승객들이 좌석 등받이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비행속도'는 이 대기속도입니다.


이 때문에 이 비행기의 지상속도는 '대기속도인 시속 800㎞ + 기류의 속도인 시속 400㎞'를 합친 시속 1200㎞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연 출발한 비행기가 연착하지 않고 예상시각보다 더 빨리 도착하더라도 '과속'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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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바람을 타면 일반 여객기도 초음속을 돌파해 비행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이런 내용도 관제사에게 모두 보고됩니다. 미리 대처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하늘에서 자동차 운전자처럼 조종사 독단의 과속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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