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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갖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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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생명vs선택 아닌 국가의 책임
여성 자기결정권, 헌법상 기본권
22주 내외의 또 다른 의미
재생산권 논의 시작되나

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갖는 의미 낙태죄에 대한 위헌판결이 난 1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위헌을 촉구했던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판결 소식을 들은 뒤 환호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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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형법 제269조1항과 270조1항으로 규정된 낙태죄 폐지는 인구 통제 목적으로 여성의 몸을 도구화 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개인의 재생산권을 충분히 보장 받는 미래로 나아가는 변곡점이다. 재생산권이란 말 그대로 자신의 재생산 여부를 주체적으로 통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출산과 성에 대한 양성 평등권, 자녀 양육을 위한 공적 지원 요청권 등이 이 권리에 포함된다.


지난 11일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낙태죄는 제정 66년 만에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2012년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이다.


◆낙태, 생명vs선택 아닌 국가의 책임=합헌 결정이 났던 2012년 헌재는 태아의 생명권을 공익으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사익으로 두고 이를 태아와 여성의 권리 충돌로 판단했지만 이번 헌재의 결정은 생명권과 결정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 구도가 잘못됐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유남석, 서기석, 이선애 이영진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임신한 여성의 안위는 태아의 안위와 깊은 관계가 있고,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신한 여성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언명은 임신한 여성의 신체적·사회적 보호를 포함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대치 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울러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낙태를 감소 시킬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여건을 마련하는 등 사전적·사후적 조치를 종합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실효성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낙태가 국가의 실질적인 책임을 분명히 했다.


◆여성 자기결정권, 헌법상 기본권='낙태가 죄라면 범인은 국가다'라는 요구와 함께 낙태죄 폐지를 주장한 여성계는 이번 결정에 대해 "역사적인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했다.


모두를 위한 낙태법 폐지 공동행동은 임신 유지 여부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헌법상에 보장된 여성의 인격권으로서 분명히 확인했다는 점에도 의의를 뒀다. 단순위헌 의견을 제시한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임신 유지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서 여성의 인격권의 핵심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66년만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갖는 의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낙태죄 헌법 위헌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나영 모두를 위한 낙태법 폐지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헌법상 핵심적인 기본권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다른 가치나 목적, 법익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향후 정부와 국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상 권리로 보장하기 위한 최선을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주 내외의 또 다른 의미=이번 헌재의 결정은 단순히 여성의 자기결정권만을 우위에 둔 것은 아니다. 낙태 가능 마지노선을 임신 '22주 내외'로 제시한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전까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더 존중하지만 현재 의료 기술로 모체에서 독립한 태아가 독자 생존이 가능해지는 22주 이후부터는 태아의 생명권에 더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위헌 의견을 제시한 이석태, 이은애, 김기영 재판관은 '국가는 이 시기(임신22주) 이후의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임신한 여성에게 임신의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인간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태아에 대해서는 우선 보호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재생산권 논의 시작되나=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달 "낙태죄는 모든 커플과 개인이 자신들의 자녀 수, 출산 간격과 시기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와 수단을 얻을 수 있는 재생산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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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자신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법 개정 기한인 내년 12월31일까지 입법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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