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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별희 주연 김준수, '전설' 메이란방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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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패왕별희서 항우의 연인 '우희' 연기
우싱궈 연출 "한국에서 메이란방을 보게 돼" 극찬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7일 오후 창극 '패왕별희'가 공연 중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우희의 칼 끝이 멈추자 객석에서 커다란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우희 역의 소리꾼 김준수(28)는 짜릿한 희열을 느꼈을 거다. 그는 패왕별희 공연을 앞두고 아시아경제와 인터뷰 하면서 "이번 공연에서 검무를 잘 춰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패왕별희는 초패왕 항우와 7년간 전장을 따라 다닌 연인 우희의 이별 이야기다. 우희가 검 두 개를 들고 홀로 춤을 추는 장면은 패왕별희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우희는 사면초가에 처한 항우를 위로하기 위해 검무를 춘다. 춤을 마친 후에는 절개를 지키겠다며 항우의 칼을 뺏어 자결한다.


극에서 우희가 홀로 검무를 추는 시간은 중간에 3분 가량 소리를 하는 시간을 포함해 6~7분 가량. 꽤 긴 시간이다.


김준수에게는 낯선 경험이다. "소리를 시작한 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소리 없이 오로지 춤만 추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다. 어둑한 조명. 우희의 손 끝에서 춤추는 검 두 개 만이 조명을 받아 반짝거린다. 빠르게 춤추는 칼의 잔상은 시선을 잡아끈다. 현란하다.

패왕별희 주연 김준수, '전설' 메이란방처럼… 김준수가 창극 '패왕별희' 프레스콜에서 검무를 추고 있다. [사진= 국립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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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수는 검무를 위해 매일 밤 늦게까지 국립창극단에서 홀로 남아 연습했다. 우희를 표현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기르지 않던 손톱도 기르고 처음으로 네일숍에 가서 관리도 받았다." 그래서일까. 극에서 김준수의 손끝은 유난히 길어보인다. 시선을 끌어당긴다. 손은 경극에서 중요한 표현 수단이다. 경극의 남녀 배우는 손과 눈, 발의 움직임을 이미 정해진 안무에 따라 그대로 연기한다. 정형화되고 상징적인 스타일은 경극의 주된 특징이다.


김준수는 "슬픔을 표현할 때 소리꾼들은 소리를 내질러 감정적으로 표현하는데 경극에서는 손 끝으로 표현한다"며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양 쪽 눈 아래에 살짝 댔다가 아래로 떨어뜨렸다. 경극에서 슬픔을 표현하는 동작이다.


"판소리를 할 때도 자연스럽게 몸짓, 손짓이 나온다. 너름새라고 한다. 판소리에서는 너름새가 소리를 받쳐주는 기능을 한다. 경극에서는 몸짓, 손짓이 소리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동작들이 무척 섬세하다. 몸짓을 통해 표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소리를 통해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에너지가 조금씩 절제된다. 경극은 절제미가 있다."


창극 패왕별희는 중국 경극과 우리나라 창극의 결합을 시도했다. 경극의 현대화를 이끌고 있는 타이완당대전기극장 우싱궈 대표(66)가 연출을, 소리꾼 이자람(40)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패왕별희 오디션 때 김준수는 내심 항우 배역을 노렸다. 그는 남성적인 춤의 대명사 '한량무'를 췄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에서 난봉꾼 이춘풍 역을 맡아 췄던 춤이다. 하지만 우 연출은 김준수의 한량무를 보고난 후 여성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춤과 감미롭고 서정적인 소리를 요청했다. 김준수는 살풀이를 추고 사랑가를 부르면서 우희 역임을 직감했다.


우 감독은 오래 전부터 우희 역에 김준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는 2017년 11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을 봤다. 김준수는 헬레네 역으로 출연했다. 헬레네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이 낳은 여인 중 가장 아름다운 인물로 그의 미모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다. 당시는 이미 우 연출이 창극 패왕별희를 구상 중이던 시기. 그는 남자 배우가 여자 배역을 맡는 경극의 전통을 살려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패왕별희 주연 김준수, '전설' 메이란방처럼… 김준수가 창극 '패왕별희' 연습 중 항우를 부를 때 손동작을 취하고 있다. [사진= 국립극장 제공]

우 연출은 오디션에서 김준수를 확인한 후 "한국에서 메이란방을 보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극찬이었다. 메이란방은 중국 경극의 전설적 배우로 특히 여성 역할을 소화하는데 독보적인 존재였다. "중국에서 패왕별희를 해도 김준수만큼 우희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없을 것이다. 소리꾼인데 무용도 잘 한다. 내가 운이 좋은 것 같다."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헬레네는 중성적인 느낌이 강했다. 분장이 진하지 않았고 의상도 단순했다. 패왕별희에서 우희는 다르다. 경극은 배우의 분장에서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공연. 창극 패왕별희에서는 우희와 항우가 가장 경극에 가까운 분장을 한다.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준수는 "캐릭터로서 항우와 확실히 대비되는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발을 벌린다든지, 그동안 신경쓰지 않았던 큰 동작을 줄여야 한다고 계속 생각하면서 충실하게 우희를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김준수는 2013년 국립창극단 역대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했다. 국립창극단은 창극의 현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바탕으로 신창극을 선보였고 이번에는 경극과 창극의 결합을 시도했다. 김준수에는 다양한 배움의 기회가 되고 있다.


"대사마다 동작을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표현 방식이 있다 보니 나중에는 '이 동작에서는 이 대사가 나왔지'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사가 외워지게 되더라. 노래를 음으로써 기억하고 표현하는 것처럼 경극에서는 동작, 몸짓으로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번 공연을 마치면 대만에 가서 제대로 경극 한 편을 보고싶은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국립창극단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한층 풍성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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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를 연기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배역으로 표현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어질 수 있으니 자부심도 느낀다. 메이란방이 경극의 전설적 인물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인물이 됐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패왕별희의 하이라이트가 검무인만큼 허리가 부러지는 한이 있어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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