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IOC 선수위원이 말하는 조양호 회장
"국제무대 목표로 활동 당부, 관심과 지원 아끼지 않은 멘토"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맡아 슬라이딩센터 건립 등도 진두지휘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이런 비보를 접하니 너무 황망하네요."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8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침통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탁구 선수 출신인 유 위원은 대한탁구협회장을 역임한 조 회장과 각별했다. 은퇴 후 지도자로 일하던 유 위원이 IOC 선수위원에 도전하고자 마음 먹은 것도 조 회장의 조언 때문이었다. 유 위원은 "(조 회장이)IOC 선수위원직에 도전해 보라고 권유하는 등 선수들이 항상 국제 스포츠 무대를 목표로 활동하기를 바랐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수와 지도자의 어학연수를 지원한 것은 물론 국제대회를 마친 선수들에게 버스를 대절해 주면서 '곧바로 귀국하지 말고 현지의 유적지나 명소를 꼭 둘러보고 견문을 넓혀야 한다'고 늘 당부했다"며 "회사 경영으로 바쁜 일정에도 탁구인들과의 행사 약속은 꼭 지켰다"고 되돌아봤다.
유 위원은 2008년부터 탁구협회장으로 일한 조 회장을 종종 만나 우리 스포츠계의 발전을 위한 조언도 듣고 고민도 상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그랜드파이널을 앞두고도 만남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 탁구의 선전을 기대하면서 유소년 선수 육성에 매진하는 일본의 사례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 위원은 "탁구협회장 임기 마지막(2020년)에 열리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셨다"며 "그것이 마지막 만남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조 회장과 대표팀이 찍은 사진을 게재한 뒤 "회장님 마지막 인사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너무 슬픕니다. 편히 쉬십시오"라고 썼다. 그는 "주말에 IOC 행사 때문에 스위스에 갈 예정이었지만 (조 회장의)장례에서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어 일정을 취소할 계획"이라며 "생전 당부하신대로 우리 탁구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탁구협회장뿐 아니라 대한체육회 부회장, 아시아탁구연합(ATTU) 부회장 이사 등으로 일하며 스포츠 지원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특히 유치위원회 위원장부터 맡아 유치를 성사시키고 대회 조직위원장까지 역임한 평창올림픽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전 관계자는 "2015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세계선수권을 찾아 슬라이딩센터를 꼼꼼히 관찰하고 직접 경사면을 걸어오르면서 시설을 점검하던 모습이 인상 깊었다"며 "이러한 관심과 애정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수준의 슬라이딩센터를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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