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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유럽 개인정보 '적정성 결정'과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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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유럽 개인정보 '적정성 결정'과 우리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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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경제의 핵심이 '데이터'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인공지능(AI)에 기반한 모든 기술ㆍ서비스 구현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는 데이터다. 5G 구축에 수조 원이 필요하다고 하나 그에 걸맞은 양의 데이터가 유통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투자다. 디지털 경제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서비스 교역이 물리적 국경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상품'을 이용하는 데 물리적 국경은 의미가 없다. 이러한 특성에 비춰 볼 때 유럽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시장이다. 7억명 이상의 인구에도 유럽 토종 글로벌 플랫폼이 없다. 한국의 네이버나 중국의 바이두 같은 자국 기업이 없는 대신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이 해당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의 독점전횡에 대한 유럽의 반(反)기류도 심상치 않다. 유럽은 디지털 경제의 패권이 미국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데 커다란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기회로 국내 기업들도 유럽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네이버만 해도 지난해 프랑스 현지 법인으로 '네이버프랑스'를 설립하고 2500억원의 투자를 감행했다. 삼성전자 역시 파리에 AI 센터를 세웠으며 그 밖에 넥슨, 카카오 등 주요 IT기업들도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업 진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만 하는 중요한 현안이 있다.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에 따른 '적정성 결정'이다. GDPR는 자국민 데이터가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외국 기업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이전되는 개인정보의 역외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데이터 주권 상실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해당 기업이 GDPR가 요구하는 적절한 안전조치를 준수하거나 국가 차원에서 적정성 결정을 받을 경우 해당 국가의 기업은 추가적인 조치 없이 개인 데이터를 이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기업이 EU 국민의 데이터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 차원에서 적정성 결정을 득하는 것이다. 적정성 결정 대상국은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을 위한 동의를 별도로 받지 않아도 되며, 국제적으로는 개인정보 보호가 EU 법과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함축적 의미도 지닌다.


일본은 올해 초 적정성 결정을 득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를 위해 사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직접 EU 집행위원회를 찾아가 협조를 구했다고 하니 적정성 결정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노력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행정안전부가 개인정보보호법 중심의 전체 적정성 평가를 추진했으나, 2016년 10월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적격성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평가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부분 적정성 평가를 추진했지만 이마저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개인정보 보호를 포괄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무산됐다. 부랴부랴 지난해 11월 이러한 사안을 보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정치적 논쟁에 매몰돼 법안의 통과가 요원해 보인다.


적정성 결정이 지연되면 이미 유럽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GDPR 위반으로 천문학적 배상금을 지불할 위험에 놓이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 현대 등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비용과 인력 면에서 개별적 대응에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국내 대형 온라인 게임업체들도 EU 거주자의 데이터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대응은 이제야 시작 단계다. 타이어 등 자동차 부품산업계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경제의 공룡인 구글과 페이스북조차 유럽에서 GDPR가 적용되자마자 제소당했고, 그 혐의가 인정될 경우 전 세계 매출 4%와 2000만유로(약 250억원) 중 높은 금액의 벌금을 내야만 한다. 유럽의 지배적 사업자인 미국 기업이 이처럼 개인정보 이슈로 마찰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히 적정성 결정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우리 기업이 유럽시장에 진출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데이터 경제의 승자독식 특성에 비춰 볼 때 다시 오기 어려운 기회다.


정부는 국내 기업만 옥죄는 규제를 만드는 데 주력하지 말고, 우리 기업이 글로벌하게 뻗어나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적정성 결정의 조속한 추진은 글로벌 데이터 경제의 국제적 선점을 위해 국회와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다. 구글의 텃밭인 유럽시장에 우리 기업 진출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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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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