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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2019년 3월 격동의 봄, 이 또한 지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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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외길 건설엔지니어’ 이순병의 주문

[기고]2019년 3월 격동의 봄, 이 또한 지나가리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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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환경부는 영산강 죽산보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작년 11월 환경부 장관이 된 조명래씨는 오랫동안 환경관련 시민운동을 한 분입니다.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2010년 환경운동연합 주관 토론회 발제문에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4대강 사업은 결코 추진되어서는 안될 퇴행적 토건개발이며, 통치권자의 의중을 반영한 강압적이고 특권적인 것이므로 정권이 교체되면 역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 법에 의하여 설치될 위원회는 친정부적 인사들로 구성할 것이 뻔하다. 한국의 위정자들은 그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토환경을 그들의 방식으로 뜯고 바꾸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자행하고 있다.”


국가 환경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으로서 정부가 지금 벌이려 하는 토건사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까요?


‘토건족의 망령’이 다시 어른거리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값이 잡히지 않자 3기 신도시와 교통망 확충이라는 해법을 내놓아 일단 시장을 누그러뜨렸습니다. 남북통일에 대비한 인프라사업은 당장 큰 돈이 들어가지 않으므로 국민들은 아직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막대한 나랏돈이 제 구실을 못하자 전국 곳곳에서 대형 건설사업에 착수했습니다. 그 사업들이 타당한지 짚어보는 단계도 줄인다고 합니다. 건설사업을 대표적 토착비리라고 비난하던 정부가 차마 건설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쑥스러웠던지 ‘인프라’라고 이름을 살짝 틀어서 돈을 퍼부을 기세입니다. 나랏돈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민간에서 끌어들인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건설산업에 종사하는 200만명은 일거리가 생긴다고 반길지 몰라도 대부분 국민들, 특히 언론이나 정치권에서는 또 목소리 높여 토건족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모를 리 없는 기획재정부가 얼마 전 차관 주재로 첫 민간투자활성화 추진협의회를 열었는데, 핵심기조는 “민자사업을 활성화하되 공공성도 강화한다”는 것입니다. 두 기조는 유권자들(유권자 중에는 세금을 안 내는 국민들도 많습니다)에게는 매우 타당하고 지극히 애국적으로 들리겠지만, 이런 사업의 특성을 이해하는 분들은 대뜸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채권처럼 수익이 보장되는 주식을 발행하라는 격입니다. 사업의 특성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공직자들이 ‘아니면 말고’식으로 제도를 만들거나 나중에 돈 벌면 환수해가는 전철을 밟는다면 시장은 호의적으로 반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과 제도 중에는 어디서 본 것 같은 것이 꽤 됩니다. 어떤 것은 읽어본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니 작성자는 동일인인데 팀 이름과 제목만 바뀌었더군요. 이제 공무원들은 위에서 뭘 만들어오라 하면 바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데이터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바뀌면 또 써먹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공학적 측면에서 보면 4대강 사업은 주민들도 원했던 영산강부터 시작하고 그 개선점을 다른 강 사업에 순차적으로 반영해 나가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4대강의 후유증은 그때 예상했던 사회적 갈등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4대강에 대한 단죄는 현재진행형입니다. 같은 당으로 이어진 정부에서도 비리를 뒤졌고 다른 당이 집권한 지금 또 뒤지고 있습니다.


많은 토목인들이 법정에 섰고, 부패와 비리라는 낙인은 오랫동안 마음에 아프게 남을 것입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반성문을 쓰고 스스로를 영혼 없는 백성이라고 고백해야 자리가 보전되는 행정담당자들은 이제는 별로 마음에 상처가 나지 않나 봅니다. 때마다 단죄를 담당했던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국세청 등의 행태는 특별히 달라진 것 같지도 않습니다.


행정을 정권의 하수인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이제 이 나라 수준에는 맞지 않아야 합니다. 어느 정부건 자신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한 손발은 필요합니다. 한때는 ‘고문 전문가’도 있었습니다. 다만 선진화되고 법치가 될수록 조금 점잖아지고 수법이 세련되어 갈 뿐입니다. 신체적 고문을 가하지 않았더라도 피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라면 법치 수준은 아직 후진적이라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예타 면제사업들이 지난 시절 정책적 판단이라고 집행했던 사업들을 흘러간 영화처럼 떠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급한 현실에서 정책적 판단은 정부의 몫이고 사업을 실물화하는 것은 엔지니어들의 몫입니다. 의당 국가 사업에 참여하여 본분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지만 행여라도 추후에 정치의 도구라는 불명예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 위상과 품위를 지켜야 합니다. 정치하는 분들도 진정으로 국가의 인적 자본인 엔지니어를 보호, 육성하고 진정한 소프트 지식 선진국으로 발돋움시키려면 이들을 정치의 도구로 보지 말고 국가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력자로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2017년 4대강 사업이 다시 불거지자 어느 젊은 기자는 당시 토목인들이 본분을 잃고 부역질을 했다고 질타하더군요. 지금 추진하는 사업들도 그렇게 질타받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1950년대 공비가 잠입했던 지리산의 주민들은 낮에는 태극기를 들고 국방군을 환영하였고, 밤에는 공비에게 밥을 해주었습니다. 살기 위해서 다른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밤에 부역질했다는 죄로 낮에는 국방군에게 총맞아 죽고, 밤에는 낮에 태극기 흔들었다고 공비들에게 맞아 죽었습니다. 흑백논리에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역사를 가진 한국에서는 가운데 서 있으면 회색분자라며 매도되기 십상입니다.


6·25동란 전 해에 태어나 살아온 70년을 돌아보니 한국의 봄은 너무 격동적이었습니다. 아마 제 나이 정도되는 분들은 지금의 나라 모습에 저와 비슷한 기시감(旣視感)을 갖고 계실 것입니다. 이 봄이 지나가면 화해와 관용으로 함께 손잡고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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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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