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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피어올라야 꽃이라지만/박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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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할매가 죽기 전에

제 꽃 한번 피워 보려

종아리에 괴저병을

허벅지에 곰팡이를

피우는 거였습니다


피어올라야 꽃이라지만

병들어 피우는 몸인지라

다리 한쪽 자르고

차마 한쪽 다리 똑같이

썩어 가는 거였습니다


피어올라야 꽃이라지만

다시 오는 봄인지라

자목련 꽃봉오리

앙다문 꽃방마다

울화통이 한창인가 싶었습니다



[오후 한 詩]피어올라야 꽃이라지만/박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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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연하다'라는 말이 있다. '애달프고 구슬프다'라는 뜻이다. 목련이 피면, 그래서 그 달덩어리만 같고 사기 등잔만 같은 꽃을 보고 있자면, 미안하지만 이 말부터 떠오르곤 한다. 아마도 목련이 지고 나서의 그 참담한 뒷일이 겹쳐 떠올라서일 것이다. 흔히 만나는 백목련을 보아도 그러한데 자목련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자목련은 꽃부터가 애처롭기 그지없다. 할머니에게도 당연히 꽃다운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여서 다 늙어서야 백목련 같은 백발을 얹고 온몸에다 자목련 같은 꽃들을 피운다. 이번 봄에 지고 나면 다시 피지 못할지도 모를 꽃들을 말이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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