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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미켈란젤로의 육체노동 정년 8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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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미켈란젤로의 육체노동 정년 8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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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할 수 있는 나이 65세. 한국인의 육체노동 정년이 30년 만에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되자 약장수 구경처럼 구름 군중이 모이고 있다. 직장인 정년퇴직 연장 보려는 군중, 노인 복지 혜택, 연금 수령, 청년 취업 영향 등 관전 포인트도 제각각 다양하다.


좀 차분하게 본다면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30년 만에 육체노동이 가능한 나이, 즉 가동 연한을 65세로 상향한 것은 명목상 잣대에 불과하지 않나 싶다. 이미 프로야구 투수 40세, 술집 얼굴 마담 50세, 미용사 55세, 목공 60세, 개인택시운전기사 60세, 소설가 65세, 법무사ㆍ변호사ㆍ목사 70세라는 법원 판결들이 쌓여 있으니 상황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통계의 허구와 일반화 오류에 눈 주지 말고 나 자신이 써내려갈 일생 정년에 집중해볼 좋은 기회가 왔다는 뜻이다. 공연히 확대 해석해서 내 경우에 적용해 피만 말리기보다는 그런 평균 법제로부터 개인을 분리, 소격시켜 보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할 수도 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가 살다 간 89년 일생이 바로 이러한 개인행동의 값진 성취를 잘 보여준다. 불멸의 거장 미켈란젤로에게 육체노동 정년은 따로 없었다. 시스티나 성당 작업을 다그치는 교황 율리시스 2세에게 "내가 완성하는 날에 끝난다"고 응수한 그대로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에 꼭 맞게 시리 미켈란젤로 노동은 만 89세 죽음에 가서야 정년을 맞이하게 된다.


1564년 미켈란젤로는 우리 나이 90세로 하직할 때까지도 '론다니니의 피에타'를 제작하고 있었다. 정년 운운하는 66세에는 인류 문화유산 '최후의 심판'을 완성시켰다. 그가 33세에 교황 명령에 따라 시스티나 대성당 천장화 '천지창조' 작업을 시작했으니 33년이라는 스펙터클한 세월을 보내며 바티칸의 대역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교황도 3명이나 바뀌었고 밀린 임금과 여러 다툼, 포기, 이탈과 복귀 등 파란을 겪으며 미켈란젤로는 죽을 힘을 다했다. 그 덕에 후손 인류는 감상자의 희열을 맛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런 일생을 보면 정년이라는 사회 통념의 눈금은 아예 없었다. 피고용인 예술 기술자로 천시 받기도 했던 그에게 노예계약 핍박과 몰아치는 압박과 채근, 명령이 줄곧 따라붙었지만 중도 포기나 자발적 퇴장은 없었다. 교황청이 임금도 체불하고 나체를 허용할 수 없다며 온갖 제약을 종용해왔지만 미켈란젤로는 오로지 역동적 미학을 추구한다는 의지와 열정으로 경력 훼방과 단절을 이겨냈다.


심지어는 브라만테가 조각 아닌 회화 작업자로 천거하여 곤경에 빠트렸지만 미켈란젤로는 회화 기법을 익혀가며 하드코어 중 최고라는 천정화를 4년 만에 완성해낸다. 눈과 목, 허리가 망가지고 발은 퉁퉁 부어 가위로 찢어야만 장화를 벗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혹사해가며 89세까지 평생 현역을 해낸 미켈란젤로는 65세 정년에 와락 끓고 있는 500년 후 한국 사회를 한 대 후려쳐 주고 있다. 천재성을 빼고 보면 일개 흙수저, 피고용인, 육체노동ㆍ정신노동ㆍ감정노동 당사자로서 어떤 특별한 내면의 조건과 외부의 여건에 힘입어 평생 무정년 천국을 맛보았다는 점이 격하게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내면은 금욕적 생활과 숭고함이었고 외부 여건은 초년 피렌체 메디치 가문, 중장년 이후 로마 교황의 전폭적 지원이었다. 메디치 효과가 없었다면 한낱 불운한 천재로 끝났을 사람이었다. 웅장한 프로젝트로 이끈 로마가 없었다면 피에타와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도 없었고 9살에 찾아 명화를 품었던 스필버그 감독 영화 'E.T.'나 할리우드 경제도 불가능했을 일이다.


그러니 미켈란젤로 모델을 지금 한국에 끌어와 써야겠다. 재능 있고 충실한 인적 자원을 품고 전 생애주기를 돕는 메디치 가문과 로마 교황 역할을 되살려야 한다. 빅 메디치 역할에는 대기업이든 지도층이 들어오고 우리 이웃, 동료 누구라도 고귀한 경험과 지혜로 평생 후견인이 되어주는 스몰 메디치도 활성화해보자.


정부와 공공 부문은 원대한 문화경제와 세계경영을 담당했던 로마의 스케일과 안목을 빼닮아 볼 일이다. 남북한 리틀 미켈란젤로를 발굴해 몇십 년 가는 문화예술, 소프트웨어 사업을 일으킨다면 조수 1000명, 연인원 10만명 일자리도 너끈히 만들 수 있다.


천 년 전 8만 대장경 과업도 수행했던 나라 아닌가.  법은 65세 정년을 말하되 현실 개인 한 사람은 누구라도 미켈란젤로 모델을 추구할 기회와 권리를 갖고 싶어 한다. 문화예술 소프트 파워 영역에서부터 시작해 노동의 입문과 마무리 전 과정에 너무도 어색한 연령 제한 차단기를 확 걷어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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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한국문화경제학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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