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 통한 화장품·의류 등 마켓 우후죽순
소셜기능 vs 프라이버시 공간 혼재 '혼란'
물건 구입 전후 소비자 권리 '실종' 피해 막심
[아시아경제 최신혜 기자] 주부 신혜정(37)씨는 최근 인스타그램 내 스폰서 광고를 통해 한 육아용품 계정을 알게 됐다. 맘에 드는 가방을 발견해 구매했지만 한 달 넘게 배송이 되지 않았다. 해당 계정에 다이렉트 메시지와 이메일을 통해 문의글을 남겼지만 회신도 없었다. 이후 인스타그램에 해당 계정의 광고가 또 올라와 댓글로 주문번호와 함께 배송 관련 질문을 남겼지만 몇 시간 후 신 씨의 댓글은 삭제됐고 육아용품 계정에게 차단까지 당했다. 항의를 위해 계정에 올라와 있던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접속되지 않는 해외 링크였고 회사 전화번호 역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한 화장품, 의류 등의 구매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해시태그 기능을 통해 사용자들의 게시물이 랜덤으로 노출되는 등 '소셜네트워크'로서의 기능이 뛰어난 반면 블로그, 트위터 등 다른 SNS 계정에 비해 '차단', '댓글 없애기' 기능 등 사적 영역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다수 설정돼 소비자들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해 7월16일부터 9월30일까지 77일간 소비자 관련 법 위반 행위를 감시한 결과 1713건의 제보 중 SNS 마켓 분야 제보가 879건으로 가장 많았다.
신 씨의 사례처럼 판매자에게 입금하거나 제품에 대해 문의한 후 아이디를 차단당해 분노를 표하는 이들이 다수다. 직장인 심진화(33)씨는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해 수만 명의 팔로워를 두고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더니 '질문이 무례하다'며 차단 당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상대방이 A라는 인물을 차단할 경우 A씨는 상대방의 아이디조차 검색되지 않으며 활동 중인 상대방의 댓글이나 좋아요 활동도 보이지 않는다.
판매자가 상품을 판매하다 갑자기 게시글 댓글 해제 기능을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은 제품 관련 정보를 다이렉트 메시지 등으로 문의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조차 '개인 영역'이라는 이유로 답해주지 않는 판매자들이 대다수다. 직장인 김슬아(23)씨는 "인스타 마켓에서 헤어핀을 샀는데 파손된 채 배송돼 교환을 요청했지만 3주가 되어가는 시점에도 교환 제품이 언제 도착하는지 판매자가 답하지 않고 있다"면서 "더욱 열 받는 사실은 판매자가 계정에 계속 여행 사진과 카페 사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개인 공간이라는 이유로 협찬, 판매 제품에 대한 허위, 과장 광고를 남발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주부 정연주(40)씨는 "인스타그램에서 유명 인플루언서가 자주 다니는 에스테틱 제조 화장품을 구입했다"며 "미국 내 모 백화점과 독점 계약한 상품이고 효과가 엄청나다는 말을 믿고 주문했지만 제품의 전성분이 적혀있지 않은 데다 별다른 효과도 느낄 수 없어 실망했다"고 한탄했다. 이어 "판매자가 뷰티 기능이 들어있는 카메라 앱을 이용해 사진을 찍는 바람에 실제 피부가 어떤지 알 수조차 없다"고 한숨 쉬었다.
공정위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 등은 손을 잡고 포털 쇼핑, 오픈마켓 등 온라인 중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상품 공급자가 아니라 플랫폼을 제공한 기업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제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해당 법안이 인스타그램 등 개인 SNS 판매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인 간의 소송 등을 통해 피해를 해결할 수는 있겠지만 아직까지 개인 공간이라는 개념이 큰 인스타그램 개인 계정에까지 법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은 강구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신혜 기자 ss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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