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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경종 울리기 역부족한 견생역전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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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의 영화읽기]경종 울리기 역부족한 견생역전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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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스포일러가 될 만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영화 '언더독'에서 대형견 뭉치(도경수)는 주인에게 버림받는다. 소형견 짱아(박철민) 등과 함께 재개발이 한창인 도시의 폐가에서 숨어 지낸다. 근거지마저 파괴될 위기에 놓이자 산에서 우연히 만난 밤이(박소담)를 떠올린다. 그녀처럼 야생동물로 거듭나기를 원한다. "우리도 산에서 살면 안돼요? 거기도 우리 같은 개들이 살고 있다고요." "걔들이 그냥 개인 줄 알아? 걔들은 산의 무법자야." "왜 우린 사람한테 버려졌는데, 사람이 먹다 버린 쓰레기나 얻어먹어야 되죠? 왜 숨어살아야 되냐고요." 오성윤ㆍ이춘백 감독은 뭉치가 스스로 삶을 찾아가며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에 주안점을 둔다. 동물 또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보장받으며 학대받지 않아야 한다는 역설이다.


뭉치가 버려지는 곳은 북한산. 실제로도 유기견들이 들끓는다. 인근 동네들이 10여 년 전부터 재개발되면서 주민들이 버린 반려견들이다. 오랜 산속 생활로 야성의 본능을 되찾거나 세대를 반복해 번식하며 야생화됐다. 들개는 고라니나 다람쥐 같은 동물을 잡아먹어 생태계 교란을 야기한다. 광견병이나 진드기에 감염된 경우가 많아 인간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특히 등산객이 증가하고 들개에게는 먹을 것이 부족한 봄철에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언더독은 이런 사실을 외면한다. 문제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을 개들의 설명을 통해 나열하는데 급급하다. 분양 이슈가 대표적이다. 회상을 통해 공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태어나 분양된 현실을 가리키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이종길의 영화읽기]경종 울리기 역부족한 견생역전 '언더독'



철저하게 개들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인간과의 관계도 단조롭게 나타난다. 대부분이 악한 존재로 그려진다. 개를 버리는 주인과 개를 잡는데 혈안이 된 사냥꾼, 개를 혐오하는 상인 등이다. 친절을 베푸는 인간은 세 명에 불과하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외국인노동자와 산속에 집을 짓고 사는 젊은 부부. 후자는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출연한 이상순ㆍ이효리 부부를 연상케 한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할 뿐이다. 이들이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계기 등은 거론되지 않는다. 그래서 뭉치와 친구들의 다짐에만 설득력이 배가된다. "우린 달라요. 우리가 뭉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


제목인 '언더독(Underdog)'은 스포츠에서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개싸움에서 밑에 깔린 개가 이겨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경쟁에서 뒤지는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오ㆍ이 감독은 다소 작위적이지만 나름대로 동정심을 유발한다. 뭉치 일행에게 짜릿한 승리를 부여한다. 그런데 그로 인해 얻는 행복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비무장지대(DMZ)에 자리를 잡기 때문이다. 야생에서의 삶이 개들에게 행복한 길이라고 규정해버린다. "나는 갈 거예요. 나도 내가 생각한 대로 살고 싶어요."


[이종길의 영화읽기]경종 울리기 역부족한 견생역전 '언더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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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개와 함께 한 세월은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이다. 학계는 약 3만3000년 전으로 추정한다. 무리에서 도태된 늑대에게 먹이를 주면서 가축화가 시작됐다는 게 정설. 그런 개들에게 공생이나 화합을 포기하라는 주장은 애써 설명한 문제들을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애지중지 키우다가 버리면 그만이라는 인간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도 역부족하다. 물론 마땅한 해답을 찾기 어려웠을 거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구한 개들마저 무분별하게 안락사되고 암매장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언더독에는 인간과의 공존을 선언하는 개도 나온다. 만사가 귀찮은 짱아다. DMZ 근방까지 당도하지만 젊은 부부의 집에 남기로 결심한다. 애초 모든 개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결말이었으나 짱아만 인간 곁에 남는 방향으로 수정됐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선택에는 부수적인 요인들이 크게 작용한다. 짱아는 파라다이스나 다름없는 젊은 부부의 집에서 같은 종의 암컷과 사랑에 빠진다. 체구가 작은데다 다리가 온전치 않아 야생에서 살아가는데 한계도 있다. 이미 개를 열 마리가량 키우는 젊은 부부는 짱아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인다. 책임감을 회복한 주인 곁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을까. 삶이 팍팍해지더라도 반려동물과 쌓은 정을 버리지 않는 자세가 우리에게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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