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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만화가 대신 장미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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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하연수

[라임라이트]만화가 대신 장미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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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수련하듯 만화 파고들었지만 다른 길…인생 두 번째 영화서 가수 꿈꾸는 재봉틀공장 직원
영화 속 '그대 모습은 장미' 노래 실제로 불러 "SNS서 마찰 많았지만 서로 잘 몰라 생긴 일"

재봉틀 공장에서 일하는 홍장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취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른다. 하루 열두 시간 이상 재봉틀을 돌려도 지친 기색이 없다. 작업이 끝나기 무섭게 라이브 바 '르누아르'로 달려간다. 손님들의 시중을 들면서 무대를 힐끗힐끗 본다. 남몰래 가수를 꿈꾸기 때문이다. 기회가 찾아온다. "속삭여줄게. 라라라라라~ 이 노래로." 넋 놓고 바라보는 손님들. 드럼과 피아노 연주가 곁들여지자 손장단을 치며 흥겨워한다. 연예기획사 대표는 러브콜을 보낸다. "내일 오전에 시간 되나?" "네?" "기다릴게요." 긴장하는 모습이 놀란 토끼 같다.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하연수(29)가 보이는 능란한 연기다. 낯익은 상황이라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었단다. "피팅 모델 일을 정리하고 다른 직업을 찾고 있는데 BH엔터테인먼트에서 제안을 받았어요. 많이 놀랐어요. 상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텔레비전도 거의 보지 않았고." 추억을 곱씹는 목소리는 활기가 넘쳤다. 주먹만한 얼굴로 다채로운 표정을 지으며 당시 감정까지 생생하게 재현했다. "사무실에 갔는데 이병헌(49) 선배의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년)' 갑옷 등이 진열돼 있더라고요. 신기한 마음에 이곳저곳 두리번거렸죠. 며칠 뒤에는 영화 '화차(2012년)' 시사회에 초대를 받았어요. 김민희(37) 선배의 열연이 너무 멋지더라고요. 집에 가면서 생각했죠. '나도 배우가 될 수 있을까.'"


-당시 감정을 재현하는 얼굴이 장미와 똑같네요.
"제가 연기하고 있으니까요(웃음). 호기심 하나로 배우가 됐어요. 경험을 쌓으면서 작품의 주체가 된다는 점에 매료됐고요.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어요."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군요.
"미술과 관련된 직업이요. 열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렸거든요.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브니엘예술중학교와 울산애니원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순수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만화를 많이 무시하시더라고요. 오기가 생겨서 그야말로 수련하듯 만화에 파고들었죠. 하루 네 시간만 자고 그림에 몰두했어요. 재능보다 욕심이 많아서 그렇게 한 듯해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면 잠을 이루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부산을 벗어나니까 잘 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당시 집안 형편까지 좋지 않아서 한동안 펜을 내려놓았어요."


[라임라이트]만화가 대신 장미가 됐죠



-장미와 비슷한 면이 많군요.
"그런 것 같아요. 그림을 포기한 건 아니에요. 지난해 말부터 주말마다 민화를 배우러 다녀요. 무엇이든 그리고 싶더라고요. 저는 일만큼 일상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확실히 선을 긋고 균등하게 신경을 쓰죠. 작품을 마냥 기다릴 수 없잖아요. 스스로에게 집중하기에 그림과 사진만큼 좋은 수단이 없어요. 흐트러진 정신도 바로잡을 수 있지만 발자취가 남아서 좋아요."


-영화도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죠.
"맞아요. 매력적이죠. 그런데 촬영하면서 고생한 기억만 떠올라요. 엄청 추웠거든요. 어렵게 찍었는데 개봉이 계속 밀렸어요. 저 때문인 줄 알았어요. 덜 유명해서요. 걱정이 컸는데 다행스럽게도 작품이 잘 나왔어요. 해운대 출신이라 무뚝뚝한 제가 눈물을 흘릴 정도면 정말 괜찮은 거예요(웃음)."


-민해경(57)의 '그대 모습은 장미'를 부르는 신이 회자될 것 같아요.
"제가 부른 거예요. 평소 목소리가 허스키해서 믿기지 않으시겠지만(웃음). 높은 톤의 발랄한 목소리도 가능해요. 예전에 화장품 광고에서도 상큼하게 연기했죠. '푸드의 정직함을 믿으니까(웃음).' 조석현 감독님은 노래도 안 들어보고 섭외해서 걱정이 크셨나 봐요. 전주에서 촬영하다가 갑자기 노래방으로 끌고 가시더라고요. 많이 긴장하고 불렀는데 만족해하셨어요. 그런데 녹음하면서 꾀꼬리 같은 목소리를 주문하시더라고요. 세또래의 '그대를 사랑해(1988년)'처럼 불러드렸죠."


[라임라이트]만화가 대신 장미가 됐죠



-홍장미보다 그녀의 딸 홍현아(채수빈)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저랑 나이대가 비슷해서 표현하기가 수월할 것 같았어요. 학생을 연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처럼 보이기도 했고(웃음). 주위에서 어린아이 같다고 이야기하시지만 근래 주름이 적잖게 생겼어요. 팽팽하던 피부도 탄력을 많이 잃었고. 그래도 학생 연기가 탐나더라고요. 불러주시는 곳이 있다면 단발머리로 짧게 자를 각오가 돼 있어요."


-그대 이름은 장미가 두 번째 영화에요. 출연한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더 열심히 해야죠. 120부작 드라마(감자별 2013QR3) 등을 하면서 표현력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는 아무 것도 모르고 연기했거든요. 오디션을 통해 뽑혔지만 제가 표현할 배역이 아니라고까지 생각했죠. 촬영 과정도 무척 고됐어요. 잠을 거의 자지 못한 채로 카메라 앞에 서니까 내용도 숙지하지 못해 버벅거리며 우왕좌왕했어요. 그때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갈 길이 멀어요. 어쩌면 평생 해도 답을 찾을 수 없을지 몰라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나 인터뷰에서나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적잖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잖아요.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얼마나 많겠어요.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에게 냉철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면 괜찮아'라며 위안거리를 찾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분명히 나중에 후회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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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담백한 자세 때문에 오해를 사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SNS에서 마찰이 많았죠(웃음). 서로를 잘 모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친구들에게도 무뚝뚝한 편이에요.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죠.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두렵지 않아요. 그 정도는 책임져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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