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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불감증에 '위험천만' 지하철 스크린도어 재설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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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3가, 왕십리 등 서울 지하철역 4곳서 스크린도어 재설치
신년모임·회식 마친 이들, 지하철 난간에 기대고 안전선 이탈
안전선 지켜달라는 역무원에 "당신이 뭔데 나를 막냐"

안전불감증에 '위험천만' 지하철 스크린도어 재설치 현장 지난 9일 밤 11시 서울 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역 승강장. 저녁 모임을 마친 일부 승객들이 선로 부근에서 비틀거리며 위험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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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지난 9일 밤 11시, 서울 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역 승강장, 지하철 안전 스크린도어 재설치 공사가 한창이다. 스크린 도어가 빈 공간으로 철로가 훤히 들여다 보인다. 저녁 회식, 신년 모임을 마치고 귀갓길에 오른 오른 승객들이 지하철 플랫폼에서 비틀대며 걷고 있다. 술에 취한 승객들은 지하철 플랫폼에 설치된 난간을 붙잡거나 기대는 등 위험천만한 광경도 펼쳐진다. 지하철 2~3량 마다 한명씩 안전요원 10여명이 배치됐다. 승객들이 선로에 가깝게 접근하자 안전요원들이 경고음을 내며 경광봉을 흔들었다.그제서야 승객들은 안전선 뒤로 뒷걸음질 쳤다.

안전을 위한 스크린도어 재설치 공사지만 안전 불감증에 빠진 이들에게 '시한폭탄'과 같은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연말·연초를 지나며 모임이 잦아진 밤, 지하철 귀갓길은 안전하지 않아 보였다. 스크린도어 재설치 공사장 안전을 위해 투입된 안전요원들의 고충도 컸다. 안전요원 김모(68)씨는 "취한 이용객들이 시비를 걸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위험해서 안전선 지켜달라는 차원의 저지를 했는데도 '당신이 뭔데 나를 막냐'며 실랑이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안전요원 박모(62)씨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된지 10년이 지나다보니 승객들이 지하철 승강장에서의 안전에 둔감해진 듯 하다"며 "승객들이 안전에 대해 보다 유의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을지로3가역(3호선), 왕십리역(5호선), 군자역(5호선), 성수역(2호선) 등 지하철 4곳에서 지하철 스크린도어 재설치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안전불감증에 '위험천만' 지하철 스크린도어 재설치 현장 서울 지하철 3호선 을지로3가역 승강장, 안전요원이 안전을 지켜달라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같은날 밤 지하철5호선 왕십리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안전선을 넘어선 승객들이 경고음에 부리나케 돌아섰다. 승객 정희영(34)씨는 "스크린도어가 휑하니 비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며 "스크린도어 재설치를 인지하지 못한 승객들은 자칫 실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지하철의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지는 10년이 넘어간다. 스크린도어는 2003년 6월, 4호선 회현역 승강장에서 40대 주부가 노숙자에게 떠밀려 지하철 선로에서 사망한 사고 이후로 공론화됐다. 당시 A씨의 남편은 승강장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제3자의 고의로 아내가 추락했고 희생됐다며 당시 서울지하철공사에 소송을 제기했고 2004년 8월 서울중앙지법은 서울지하철공사에 대해, 승객 주의 의무에 미흡했다며 2억2000만원을 유족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며, 서울지하철공사의 책임을 물었다.


스크린도어 설치 이전 연간 100여명에 이르렀던 지하철 투신 사망사고도 계기가 됐다. 투신 사망사고도 문제였지만 이를 목격한기관사들의 정신적 고통이 컸고 2003년부터 2013년 동안 승무원 7명이 공황장애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서울 지하철역 280여개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서울교통공사는 스크린도어 정비 공사 중 외주업체 직원이 사망한 구의역 사고 매년 수백원의 예산을 들여 노후 스크린도어 재설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광화문, 종로3가, 성수역 등에서 노후 스크린도어를 교체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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