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김병준-전원책 맹탕 공방…그리고 조기 전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위원장에서 해촉된 전원책 변호사가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경고를 받을 만한 어떠한 언행도 한 적 없다. 전권이 '전례없는 권한'이란 말은 (내게) 모욕이다"(전원책 변호사·14일 기자회견)
"모기업 사장이 하청업체 사장 찾아가 사정하겠나"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14일 KBS 사사건건 인터뷰)

전 변호사의 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직 해촉 사태 이후 김 비대위원장과 전 변호사간 뒤끝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아니 '맹탕' 공방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인적 쇄신'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알맹이 없는 설전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관심을 모았던 전 변호사의 해촉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는 이렇다할 폭로는 나오지 않았다. 앞서 전 변호사는 해촉 직후 "조강특위에 특정인물을 넣어달라고 한 게 갈등의 시작"이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막상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대신에 "당무감사가 끝나면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12월15일까지 인적청산을 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특히 예산을 심의·의결하는 기간이자 선거제도를 바꾸는 정치개혁특위 활동 기간이어서 한두달이라도 전당대회를 늦춰야 한다고 한 것인데 이런 의견을 월권이라고 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고 한탄 섞인 발언들만 쏟아냈다.

또 떠나는 자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려는 듯 "한국당은 정파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계파만으로 작동되고 있다. 편하게 재선, 삼선을 하는 조직을 만들어내면 한국당에는 미래가 없다"는 등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에 김 비대위원장은 전 변호사의 기자회견 직후 "전권이라고 해도 될 만큼 전례 없는 권한을 줬다. 253개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을 줬고, 또 당무감사위가 더 상위 조직인데 그 조직을 지휘할 권한까지 줬다"라며 "왜 모욕이 되는지 모르겠다. 내가 그만큼 마음이 무거웠다는 이야기인데 그렇게 받아주신다면 (할 말이 없다)"고 맞받았다.

그래도 김 비대위원장 측에서는 전 변호사의 평소보다 수위 낮은 발언으로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내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외부 변수가 빗겨 갔으니 한숨 돌린 셈이다.

한바탕 폭풍을 겪은 김 비대위원장에겐 이제 내부 단속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남았다. 현재 차기 지도부로 거론되는 당내 인사들이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기 전당대회는 곧 김 비대위원장의 중도 사퇴를 의미한다.

김병준표 혁신을 보여주지도 못한 채 이대로 낙마하게 된다면, 인적 쇄신 없이 당권을 내주게 된다면 한국당이 '도로 새누리당'으로 가는데 일조를 했다는 비판이 나올지 모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