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론] 위험한 김일성민족주의 확산

시계아이콘01분 50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시론] 위험한 김일성민족주의 확산
AD

친북ㆍ진보 성향의 국민주권연대와 한국대학생진보연합 등 13개 단체 회원 70여명이 지난 7일 백주 대낮에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백두칭송위원회'라는 단체 결성식을 가졌다. '백두칭송위원회'는 선언문과 기자회견을 통해 위원회 결성 목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 환영 분위기 조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민족의 양심을 가진 이라면 모든 차이를 넘어 가슴 벅차게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환영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응당 뜨겁게 열렬히 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분단 적폐 세력이 감히 준동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상반된 반응이 있지만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높은 것 같다. 청와대도 "남북관계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했다고 한다. 그 우려는 '보수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해 남남 갈등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진단은 오판이다. 왜냐하면 이들의 '민족우선'의 김정은 칭송행사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상실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라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사회주의 국가에서 민족주의는 계급 투쟁의 장애 요소로 인식됐다. 과거 민족주의를 배격했던 이유다. 이런 인식에는 북한도 예외일 수 없었다. 1957년 김일성이 '민족주의를 배격한다'는 선언은 같은 맥락의 산물이다. 그러나 1980년대 사회주의 몰락 과정에서 북한은 소련과 중국 및 동구권의 체제 변환의 바람을 차단해 체제 유지를 위한 이념적 선전선동구호가 절실했다. 그래서 1986년 김정일은 선전구호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제시했다.


그리고 '조선민족제일주의'는 주체 사상과 결부되면서 주체의 '민족관'으로 변질됐다. '민족'을 주체 사상의 하위 개념으로 내면화시킨 것이다. 결국 '주체의 민족관'은 '김일성민족주의'와 동의어로 혼용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북한에서 민족관은 오직 수령체제에 복종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동하면서 개인의 존재는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조선민족제일주의는 1990년대 접어들면서 '민족공조', 또는 '우리민족끼리'라는 감성적 외피로 포장됐다. 그리고 '감성적 민족공조'는 대남통일전선의 구호로 악용되면서 우리 사회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외세의 간섭을 배격하고 모든 문제를 우리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감성적 호소가 주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족공조는 반미자주투쟁의 중심구호로 작동하면서 '남남갈등'이라는 심각한 이념 갈등을 수반했다. 그래서 이번 백두칭송위원회의 '도발(?)'은 결코 예사로운 사건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흔히 민족은 같은 언어, 혈통, 문화를 공유한 감성적 집단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민족이 역사적이고 실천적 주체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감성적 민족 개념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민족에서 사람의 가치 또는 국가의 가치관이 함께 침전된 요소들을 제외 시킨 결과이다. 시민혁명과 함께 등장한 유럽의 민족은 자유와 평등의 원리에 기초해 주권 재민의 개념이 포함된 시민적 민족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시민적 민족은 종족, 언어, 혈통 등의 동질성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자유 의지에 의한 선택과 동의가 민족의 중요한 요소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감성적 민족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리고 시민적 민족은 단순히 '종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통치의 명분인 '국민'을 의미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바로 국민이 민족이고 민족이 국민이라는 의미다.


지금 한반도에서 회자되는 민족 공조는 문화, 언어, 혈통 등의 종족적 요소에 입각한 감성적 민족이다. 감성적 민족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한다는 점에서 극복의 대상이지 결코 공조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감성적 민족 공조는 한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와 북한의 전체주의체제의 이질적 문제를 올바로 볼 수 없도록 한다는 점에서 결코 민족공조에 의한 연방제는 수용의 대상이 아니다.


AD

'조선민족제일주의'에 기반한 감성적 민족 공조는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감성적 민족 공조에 매달릴 시기가 아니라 시민적 민족의 부활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따라서 정부는 시급히 감성적 민족 공조의 위험성을 차단할 장치 마련과 방지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


조영기 한반도선진화재단 선진통일연구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