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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가 한 가운데 치매노인 요양시설이…님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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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있는 노년을 위해] <3>노인과 공존을 선택한 나라 : 일본

日 사회 노인 대하는 태도 핵심은 '존중'
데이케어센터는 유치원의 노년 버전


주택가 한 가운데 치매노인 요양시설이…님비는 없었다 데이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점심 식사에 앞서 강사의 구호와 동작에 맞춰 '식전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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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따라해 봅시다. 아이우에오."


일본 도쿄 기타구 주택가의 한 건물 안에선 일본판 '간장공장 공장장'을 외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물 안 식당에 모인 33명의 노인들이 강사의 구호에 맞춰 '아이우에오'를 발음했다. 이어 강사가 혀를 쭉 내밀어 좌우로 움직이자 노인들은 익숙하다는 듯 곧잘 따라했다. 이런 구호와 동작들이 20여분 간 지속된 후 점심식사가 시작됐다.

이 광경은 '신마치코요우엔(신마치광양회)'에서 매일 오전 11시40분마다 반복되는 '식전 운동'이다. 신마치코요우엔은 사회복지법인 청양회에서 운영하는 종합요양시설 중 하나로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개호' 등급을 받은 노인들이 이용하는 시설이다. 이 시설은 총 4층 규모로 장기입주자실 90실, 단기입주자실 10실로로 노인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가 큰 시설이다. 이 시설의 특징 중 하나는 1층이 '데이케어센터'로 운영된다는 점이다. 데이케어는 노인들을 매일 낮 시간동안만 돌보는 것으로 유치원의 노년버전과 흡사하다.


데이케어센터의 아침은 노인들을 모셔오기 위해 각각 거주지로 차량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때 시설은 단순히 노인을 모셔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가족과 간단한 대화를 통해 반드시 챙겨 먹어야 하는 약들을 확인하는 등 특이사항을 점검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전 9시30분 노인들이 시설에 도착하면 직원들은 가장 먼저 혈압을 재는 등 건강상태 점검에 들어간다. 이후 노인들은 하루 일과에 들어가는데, 가장 큰 특징은 노인들의 자율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준다는 것이다.


기자가 시설을 방문했을 때 노인들 7~8명으로 구성된 그룹은 각기 다른 활동을 하고 있었다. 시설은 매일 수공예, 종이접기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이 프로그램 중 노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선택해 하루를 보내게 된다. 이 외에도 시설은 노인들에게 각자의 취미생활과 특징 등을 적어 내도록 해 취미가 비슷한 노인들끼리 묶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주택가 한 가운데 치매노인 요양시설이…님비는 없었다 데이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노인들이 식판에 밥과 반찬을 담고 있다.


시설이 노인들을 존중하려는 태도는 식사시간에 두드러졌다. 소화를 돕고 식욕을 돋우는 식전 운동을 마친 후 노인들은 스스로 배식대로 향했다. 흔히 요양시설에서 정해진 식단과 양을 노인들에게 배급하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데이케어센터를 이용하는 노인들의 평균 연령은 86세로 이중에선 스스로 걷기 힘든 노인들도 상당수다. 하지만 직원들은 그런 노인들을 부축해 배식대로 모셔가고 그날 준비된 메인 메뉴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한다. 또 밥과 반찬들을 담을 때도 자신들이 원하는 양을 스스로 담도록 한다.


이 시설에서 일하는 메구미씨는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 중 일부는 인지증(치매)을 앓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 모두 나이가 들며 겪게 되는 병 중 하나일 뿐"이라며 "한 명의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여전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설이 자리잡은 위치만으로도 일본 사회가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드러났다. 일본의 요양시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시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조망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실제로 신마치코요우엔은 주택가 한 가운데에 우뚝 솟아있어 햇빛을 온몸으로 받고 있었다. 이러한 규정은 시설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건강을 우려한 측면이 크지만 노인들이 이용하는 요양시설이란 이유로 음지로 숨지 말라는 속뜻도 숨어있었다. 주택가에 요양시설이 들어설 경우 반대 집회까지 여는 한국 사회와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전국의 요양시설들은 '지역포괄케어'란 제도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인지증(치매)에 대한 인식전환 활동을 펼쳐야 한다. 신마치코요우엔 역시 이 활동의 일환으로 매달 1회 '인지증 카페'를 연다. 시설에선 카페를 운영하고, 지역 주민들은 가족과 함께 방문해 인지증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듣는다.


정신과 의사가 인지증을 앓고 있는 노인의 가족들을 상담하거나 노인이 직접 상담을 통해 본인이 인지증을 앓고 있는지 점검하기도 한다. 또 '집에만 있지말고 밖으로 나갑시다'라는 명칭의 운동을 통해 인지증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사회에 나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메구미씨는 "1963년 노인복지법이 생기기 전엔 일본 사회에서 인지증을 앓고 있는 노인을 학대하는 등 문제가 많았다"며 "하지만 법이 생긴 이후 노인 인권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매가 병이라는 것을 알리고 모두 같이 지지하면서 나가자는 목적으로 개호보험법이 개정되며 모든 사회가 치매와 함께하도록 변했다"며 "명칭 역시 인지증으로 바꾸게 됐고 그 역할의 중심엔 사회복지법인이 있다"고 말했다.


주택가 한 가운데 치매노인 요양시설이…님비는 없었다 데이케어 서비스를 이용중인 노인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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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도쿄(일본)=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이 취재는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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