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지출 확장적 편성 영향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올해 정부 예산 중 필요에 따라 줄이기 어려운 의무지출의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재량지출 비율을 넘어섰다. 정부가 양극화ㆍ저성장 등을 해결하기 위해 복지지출을 확장적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령화ㆍ저출산 극복을 위해 복지 예산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지면 정부의 재정 운용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정부가 발간한 '2018년 재정정책보고서'를 보면 올해 의무지출은 217조원으로 총 지출의 50.6%를 넘어서며 처음으로 재량지출(211조9000억원) 비중(49.4%)을 추월했다. 의무지출이 재량지출을 넘어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부가 운용하는 재정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구성된다. 의무지출은 공적연금ㆍ건강보험ㆍ지방교부세ㆍ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법률에 '지급 의무'가 명시된 예산을 말한다. 정부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삭감할 수 없는 예산이다. 재량지출은 말 그대로 정책적 의지에 따라 재량껏 대상과 규모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 예산이다.
통제가 어려운 의무지출이 증가한 이유는 복지분야 지출이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의무지출 증가를 항목별로 보면 복지 분야가 연평균 8.5%, 지방이전재원이 5.7%, 기타 의무지출이 4.7% 각각 증가했다. 이자지출만 금리하락 영향으로 0.2% 감소했다.
의무지출 규모와 비중은 향후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동수당 신설, 기초연금 인상 등 복지제도를 확대하면서 복지지출이 점점 더 늘어나는 구조는 더욱 강화됐다. 당장 내년 정부예산안의 의무지출은 242조원(51.4%)으로 올해보다 더 많아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노인 인구 증가, 저출산 심화, 공무원 증가 등으로 수급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복지지출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2018~2022년 전체 의무지출은 연 7.8%씩 증가해 총 지출 대비 비중이 올해 50.6%에서 2022년엔 51.6%로 1.0%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복지분야 의무지출은 연평균 10.3% 늘어나 2022년엔 141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 번 늘리면 되돌리기 어려운 성격의 복지지출이 증가하면 정부의 재정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온다. 저성장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로 국가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입 감소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8월 '2016~2060년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 수입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총 지출이 급격히 증가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16년 39.5%에서 2060년 151.8%로 무려 112.3%포인트 급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슈바르츠 피치 국가신용등급 아태지역 총괄 등 피치 평가단은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하고 "최근 한국경제가 여전히 양호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앞으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세종=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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