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살해, 극단적인 범행…도대체 왜
사위 대접받다가 배신당했다 인지했을 수 있어
전 여자친구 향한 잔혹한 범행…시신과 17시간 같이 있어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의심받는 30대 남성이 24일 오후 범행 장소인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 범행도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가는 장면이 아파트 CCTV에 잡혔다. 사진=연합뉴스·부산경찰청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부산에서 일가족 4명이 흉기와 둔기 등에 맞아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범행도구 14가지를 챙기는 등 용의자의 잔혹한 범행 배경에 의문이 쏠리고 있다.
용의자는 피해자 중 1명인 여성과 동거를 하는 등 연인 관계였고 주변에서 ‘사위’라고 불렸지만 헤어졌다. 범죄심리전문가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트 폭력의 극단적인 범죄라고 분석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용의자 신 모(32) 씨는 살해당한 일가족 중 손녀인 조 모(33) 씨와 교제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 가족들은 신 씨를 ‘사위’라고 소개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신 씨와 조 씨는 지난해 10월께 신 씨 부모님 집에서 한 달간 동거하기도 했다. 이어 두 사람은 경남 양산에 전세방을 구해 올해 8월까지 함께 살았지만 헤어졌다.
신 씨는 이별 후 상당히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조 씨의 유가족들은 “신 씨가 조 씨와 헤어진 뒤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이후 신 씨는 조 씨 자택을 찾아가 일가족을 살해하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다.
경찰에 따르면 신 씨는 지난 24일 오후 부산 사하구 장림동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전 여자친구인 조 씨와 조 씨의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의문점은 신 씨가 왜 이토록 잔혹하게 일가족을 모두 살해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신 씨가 준비한 범행도구 중 일부인 전기충격기의 경우 보통 수준의 충격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닌, 상당한 수준의 충격을 줄 수 있는 전기충격기를 준비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가족 4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의심받는 30대 남성이 24일 오후 범행 장소인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 범행도구가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가방을 들고 가는 장면이 아파트 CCTV에 잡혔다. 사진=연합뉴스·부산경찰청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용의자 신 씨는 주변에서 ‘사위’라고 불릴 정도로 전 여자친구인 조 씨와 관계가 좋았다가, 헤어지면서 모든 증오와 적개심이 조 씨 가족에게 향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 교수는 “이 과정에 신 씨 입장에서는 사실상 ‘배신’으로 인지했을 수 있다”면서 “신 씨는 사위 대접을 받다가 갑자기 뒤통수를 치냐 이렇게 생각하고, 조 씨를 포함한 일가족 모두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 씨와 신 씨의 만남을 조 씨 가족이 모두 반대를 했을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헤어졌고, 신 씨는 이 결과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가족을 모두 살해한 잔혹한 범행의 배경은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흉기와 둔기 등 각종 범행도구를 챙기면서까지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는 “최종 목적은 조 씨로 볼 수 있다”면서 “역시 조 씨와 헤어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오로지 복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잔혹하게 범행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 씨는 조 씨를 제외한 시신은 화장실에 유기하고, 조 씨는 전시하듯 거실에 그대로 방치했다.
또 이 과정에서 조 씨에게는 피해자가 서서히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목을 조르고 둔기와 흉기 모두를 이용해 범행하는 등 특히 잔혹하게 범행했다. 사실상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향한 복수로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로 경찰은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신 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떤 연유인지는 추가 수사를 통해 밝힐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사하경찰서.사진=연합뉴스
26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10시31분께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박모(84·여) 씨와 박 씨의 아들 조 모(65) 씨, 며느리 박 모(57) 씨, 손녀 조모(33) 씨가 흉기와 둔기에 맞아 화장실과 거실 등에 숨져 있는 것을 박 씨의 사위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 씨 사위는 “장모님과 주말에 불꽃놀이를 함께 보자고 연락을 했는데 연락이 안 돼 경찰에 신고한 뒤, 경찰관과 함께 문이 잠긴 아파트를 열고 들어갔더니 가족들이 참혹하게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아파트 입구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신 씨는 하루 전날인 24일 오후 4시12분께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고 큰 가방을 든 채 범행 장소인 아파트에 들어왔다.
신 씨가 아파트에 침입하기 전 아들 조 씨는 집 안에 있었고, 박 씨와 며느리는 조 씨 침입 후 1∼2시간 이내 귀가하는 모습이 CCTV 영상에 잡혔다. 이후 손녀 조 씨는 25일 0시 7분께 들어온다.
신 씨의 범행은 집에 있던 아들 조 씨를 상대로 먼저 벌어졌고 이후 집에 귀가하는 가족을 상대로 순차적으로 범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신 씨가 집안에 들어온 사람을 순차적으로 살해한 뒤 화장실에 옮기고 시신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씨는 범행을 저지른 후 시신들은 화장실에 유기했다. 경찰은 “박 씨와 박 씨의 아들, 며느리의 시신은 화장실에서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시신은 비닐과 대야 등으로 덮여 있었다.
거실에서 발견된 손녀 조 씨는 상대적으로 매우 잔혹하게 살해됐다. 다른 피해자들은 흉기와 둔기 등으로만 살해된 데 반해, 조 씨의 몸에는 흉기, 둔기 상처뿐 아니라 목이 졸린 흔적 등도 나왔다.
경찰은 신 씨가 들고 온 가방 안에서 14종의 물품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둔기와 흉기를 비롯해 전기충격기 등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 씨는 범행 다음 날인 25일 오전 9시50분께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조 씨 자택으로 들어간다.
이 과정을 보면 신 씨는 24일 오후 4시12분께 조 씨 자택에 들어가 일가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고, 자정께 조 씨를 살해한 뒤 다음날 오전에 집 밖으로 나올 때까지 시신과 17시간을 함께 있었던 셈이다.
집 밖으로 나온 신 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때 사용한 질소 가스통을 인근에 주차된 자신의 차량에서 가지고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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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시신을 부검할 예정이다. 이어 현장에서 확보된 휴대전화 등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 수사와 주변인 탐문 조사 등도 할 계획이다.
경찰은 향후 수사 방향에 대해 “손녀가 특히 잔인하게 살해됐고, 두 사람의 연령대가 비슷한 점, 두 사람이 평소 아는 사이라는 참고인 진술 등이 있는 점 등을 미뤄 두 사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신 씨의 직업과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있고, 신씨의 동선도 모두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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