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피살로 제재 압박 받는 사우디…"석유 수출 계속할 것"

에너지장관 "하루 30만배럴 증산 예정"

[아시아경제 국제부 기자] 자국 언론인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사건으로 제재 압박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수출을 중단하진 않겠다고 밝혔다.

칼리드 알팔리 사우디 산업에너지광물부 장관은 22일 러시아 타스통신과 인터뷰에서 "사우디는 1973년처럼 서방에 석유 수출을 중단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알팔리 장관이 말한 1973년식 대응은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뜨린 석유 파동이다. 그해 10월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하자 사우디와 중동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서방에 수출하는 원유 가격을 70%(배럴당 약 2달러에서 5.1달러) 올렸다. 이 여파로 1970년대 말까지 유가가 계속 상승했다.

알팔리 장관은 "사우디는 매우 책임있는 국가"라며 "수십년간 우리는 석유 정책을 믿을만한 경제적 도구로 사용했고, 정치에서 분리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5일 재개되는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에 대해서는 "유가 상승은 세계 경제를 둔화시키고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며 "제재가 시작되면 이란의 수출량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탓에 유가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이란 제재뿐 아니라 리비아, 나이지리아, 멕시코, 베네수엘라 등 다른 산유국의 산유량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하루에 300만배럴이 사라지면 우리도 증산 여력이 제한적이라 이를 메울 수 없으므로 비축분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국제 유가 상승을 우려해 사우디에 증산을 요구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카슈끄지 사건이 국제적으로 큰 문제로 번지기기 전인 3일 "(미국의 증산 요구에) 우리는 할만큼 했다"고 말했으나, 결국 이를 수용했다.

알팔리 장관은 "현재 사우디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1070만배럴로, 곧 1100만배럴로 늘릴 예정"이라며 "현재 우리의 산유 능력은 하루 1200만배럴이고, 아랍에미리트(UAE)는 지금보다 20만배럴 더 생산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