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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내 딸아, 어디에 있니”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 결국 미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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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내 딸아, 어디에 있니”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 결국 미궁 속으로 1998년 '대구 여대생 사망 사건' 범인으로 기소된 스리랑카인 B(51)씨.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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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사랑하는 내 딸아, 이 추운 날씨에 어디에 있니…. 세상 사람들이 이 심정을 헤아려 준다면 실마리가 풀어진다면 너의 영혼이나마 편하게 잠들 수 있을 텐데 엄마는 너에게 해줄 것이 없구나 ? 대구 성폭행 사건 피해자 어머니 -”

1998년 10월16일 대구 계명대 여대생 정은희(당시 19세·1학년)양은 OO과에서 주관한 ‘주막촌’ 행사에 참석해 술에 취한 친구들의 귀가를 도와주다 이날 오후 10시40분께 행적이 끊겼다.


이후 다음날인 17일 새벽 5시10분께 자신이 운전하는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고 주장하는 운전자 A 씨(당시 52세)에 의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로 발견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교통사고에 대해 “남대구 인터체인지에서 화원톨게이트 방향으로 달리는 23t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문점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사고 현장은 현장은 학교에서 7km나 떨어진 고속도로였다. △또 당시 숨진 정양은 생리 중이었지만, 사체에는 팬티와 브래지어 등 속옷이 없는 채로 옷이 입혀져 있었다.△이 속옷은 이튿날 사고 현장 주변의 갓길에서 발견됐다.


유가족은 성폭행 후 교통사고로 위장한 성폭행 치사를 주장하며 속옷 감정을 의뢰했지만, 경찰은 이 속옷에 대해 나이 든 여성이 입는 속옷이라며 대학교 1학년이 입는 속옷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유가족의 요청을 묵살했다. 이런 가운데 A 씨는 같은 해 12월21일 혐의없음으로 풀려난다.


이른바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이 시작이었다.


[사건추적]“내 딸아, 어디에 있니”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 결국 미궁 속으로 부검 감정서 원본. 부검일시는 1998년 19일 오후1시30분이다.사진=정은희양 추모 홈페이지



◆ 부검 감정서 “흔히 보는 교통사고와 달라”…경찰, 단순 교통사고로 종결

당시 유가족은 △사고 현장에는 출혈이 거의 없는 점 △사체에는 속옷이 모두 없어진 채 겉옷만 입혀져 있었던 점 등을 이유로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성폭행 당한 후 숨졌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서 정양의 속옷이 발견됐지만, 경찰은 단순 교통사고로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당시 정 양의 부검 감정서(1999년 1월 28일자)는 “△(정양은) 고속도로를 횡단하였다는 점, △그리고 집의 반대방향으로 가려 했다는 점,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3%로서 운동에 크게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라는 점 등은 흔히 보는 보행자의 교통사고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감정서는 이어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본시는 사고 전 신변에 중대한 위협을 받아 매우 긴박한 상황임을 암시해 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수사에 의해 판단함이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계명대 총여학생회장 역시 “새내기 여대생이 속옷이 벗겨진 차림으로 새벽녘 고속도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면 상식적으로라도 단순 교통사고로 보기에 어렵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결국 경찰은 사건 발생 시점으로부터 6개월이 지난 1999년 3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양의 속옷을 감정 의뢰하고 속옷에서 정액을 검출했지만, DNA는 발견하지 못해 신원 확인은 실패했다.


이후 추가 단서가 없어 수사는 진척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사건을 미궁에 빠뜨렸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경찰 관계자는 “정양의 직접 사인은 교통사고로 했으나 정양의 사고 전 6시간 동안의 행적은 현재 수사 중이다”라고 밝혀 타살 가능성을 언급했다.


단순 교통사고 처리에서 타살 등 수사가 필요한 사건으로 전환된 것이다.


[사건추적]“내 딸아, 어디에 있니”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 결국 미궁 속으로 당시 사건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정양 속옷.사진=정은희향 추모 홈페이지



◆ 스리랑카인 남성 재판에 넘겼지만 ‘무죄’…공소시효 4일 남겨두고 다시 기소


그러다 2010년 DNA 신원 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일명 DNA법) 시행된다. 이런 가운데 한 스리랑카인이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정양 속옷에서 발견된 DNA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로 13년 동안 진척되지 않았던 수사가 급물살을 타게 된 셈이다. 실제로 수사는 급박하게 돌아갔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B 씨를 검찰에 기소하고, 검찰은 정양이 B 씨를 포함한 스리랑카인 3명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고속도로 가드레일을 넘어 도망치다 트럭에 치인 것으로 결론 내리고 사건 발생 15년 만인 2013년 9월 B 씨를 구속기소했다. 나머지 2명은 불법체류로 이미 추방된 상태였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고려해 B씨 등이 정양을 성폭행하고 소지품을 훔쳤다며 공소시효(15년)가 남은 특수강도강간죄를 적용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씨 등의 성폭행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강도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로 판단,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결국 B 씨는 강간이나 특수강간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게 됐고 B 씨는 이 혐의와 별개로 성추행 및 무면허 운전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스리랑카로 강제추방됐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는 스리랑카 형법상 강간죄 공소시효가 남아있음을 확인하고, 사법공조를 통해 스리랑카 검찰에 B 씨 기소 요청을 했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정양과 억울함 속에 하루를 살아가는 유가족을 위해 고심 끝에 방법을 찾아 단죄에 나선 것이다.


우리 법무부는 B 씨 기소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 2차례 스리랑카 검찰청을 찾아 1,000장에 달하는 증거서류를 번역해 전달하는 등 협의에 주력했다. 스리랑카가 한국과 형사사법공조 조약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공조를 거절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에 따른 것이다.


결국 스리랑카 측도 수사팀을 국내에 파견해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등 협조한 끝에 B 씨를 현지 법정에 세우게 됐다. 스리랑카 법으로도 공소시효를 4일 남겨 두고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스리랑카 검찰은 B 씨의 DNA가 피해자의 몸이 아니라 속옷에서 발견됐으며, 강압적 성행위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등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성폭행이 아닌 성추행 혐의로만 기소했다. 스리랑카 형법에 따르면 성추행 죄는 징역 5년 이하로 돼 있다.


[사건추적]“내 딸아, 어디에 있니”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건, 결국 미궁 속으로 정은희양 아버지 정현조씨.사진=연합뉴스



◆ 유가족, 스리랑카 남성은 진범 아냐…DNA 조사 결과 신뢰할 수 없어


하지만 유가족은 B 씨가 이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가족은 정양의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B 씨 DNA가 똑같다 하더라도 애초에 속옷 자체가 정양의 것이 아닐 수 있기 때문에 증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유가족은 당시 경찰 측에 속옷 감정도 요구했으나 훼손 정도가 심하다는 이유로 감정불가 판정을 받았다.


유가족은 딸이 숨진 후 이틀 후인 19일 부검의가 정양 몸에서 정액 검출됐으니 국과수 결과를 통해 수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1년여가 지나 받은 정양 부검서에는 정액채취검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속옷에서 검출된 DNA와, 스리랑카인 B 씨 DNA가 일치한다는 경찰의 설명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유가족의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유가족은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가족은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사건 실체 규명을 위해 밤낮으로 뛰어 다녔다.


지난 2000년 유가족은 담당 경찰관 등을 직무유기로 고소했지만 각하 처분을 받았다. 이어 2001년에는 경찰관 등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유가족은 다시 2007년 강간살인 혐의로 트럭운전사 A 씨를 고소했지만 혐의없음으로 처분됐다. 사건 발생 직후 10여 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1998년 당시 상황과 같은 결과를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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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사건은 스리랑카인 B 씨가 성추행으로 기소하면서 마무리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오래된 사건이라 당시 수사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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