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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폐라고? '면폐·플폐'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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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폐라고? '면폐·플폐'아냐? 호주의 폴리머머니. 지폐 곳곳에 위치한 투명창에 새겨진 위조방지 무늬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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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요즘 '지폐(紙幣)'는 첨단 과학의 집합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지폐(紙幣)의 소재 자체도 종이가 아닌 면섬유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뀐지 오랩니다. 이젠 어색하지만 지폐가 아닌 '면폐'나 '플폐(플라스틱 화폐)'라고 불러야 정확하겠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면섬유로 만든 면폐지만, 세계 주요 국가들은 플라스틱 소재인 ‘중합체(폴리머)’로 만든 '폴리머머니(Polymer
money)', '폴리머지폐(polymer banknote)'로 불리는, 이른바 '플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1988년 호주가 폴리프로필렌 수지로 만든 지폐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브라질, 파라과이, 캐나다, 베트남, 멕시코, 영국 등 50여 개국이 플라스틱 소재 지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폴리머머니는 플라스틱 중에서도 가벼운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으로 만듭니다. 폴리프로필렌은 석유화학 공장에서 나프타(Naphtha)를 분해할 때 생기는 '프로필렌(Propylene)'이 여러 개 중합돼 합성된 것입니다. 필름, 플라스틱 용기, 섬유, 자동차 부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폴리프로필렌은 응력이 강해 외부 압력에 잘 견디고, 산소와 수소로만 이루어진 탄화수소 성분이어서 수분 흡수율이 매우 낮으며, 산·기름·염기 등에 강합니다. 폴리머머니는 이런 폴리프로필렌의 화학적 성질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과학을읽다]지폐라고? '면폐·플폐'아냐? 캐나다의 폴리머머니. 1988년 세계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휘어지거나 접히는 점은 기존 지폐와 비슷하지만 방수처리가 돼 물에 젖지 않고, 습기를 흡수하지 않아 세균이 번식이 어려운 만큼 항균작용도 합니다. 내구성도 강해 찢어지지 않아 유통기한이 기존 지폐보다 5배 정도길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지폐 안에 새로운 보안기술인 '투명창'도 넣어 복제도 어렵습니다.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오염 걱정도 덜었습니다. 폴리프로필렌은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적 소재라고 합니다. 수명을 다한 폴리머머니는 분해된 이후 다른 플라스틱 용품이나 원사로 뽑아 재생섬유로 재활용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이나 일본 등 많은 나라들이 아직 면섬유로 만든 지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면섬유로 만든 지폐가 폴리머머니에 비해 내구성은 약하지만 제작 단가가 싸고 인쇄가 쉽기 때문입니다.


역시 비용 문제입니다. 폴리머머니는 초기 제작 단가가 종이 지폐보다 50% 이상 비싸고, 고열에 노출되면 녹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지폐를 사용하는 국가들은 화폐의 긴 수명을 고려할 때 향후 10년간 인쇄 비용을 1500억원 가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과학을읽다]지폐라고? '면폐·플폐'아냐? 영국의 폴리머머니.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용 중인 화폐는 목화에서 뽑아낸 섬유로 만든 셀룰로오스 소재의 면섬유 화폐입니다. 종이보다 훨씬 유연하고 질기며 강합니다. 그렇지만 흡습성이 좋아 세균오염이 쉽고, 재질이 약해 손상이 잘된다는 약점이 있지요.


한국은행은 지금의 면섬유화페에서 폴리머머니로 바꿀 경우 특허권료 부담과 2배에 달하는 제작단가, 새지폐 발행에 따른 구지폐 회수비용,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스템 교체 등 수많은 걸림돌이 있는 만큼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국민들이 지금 사용 중인 지페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기 때문에 굳이 변경할 유인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지폐면 어떻고, 면폐면 어떻고, 플폐면 어떻습니까? 많이 있으면 좋겠지요. 그러나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화폐의 수명은 결정되고, 범죄 위험도 결정됩니다. 돈을 사랑하는 만큼 '지폐'도 아껴 사용하시면 좋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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