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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성장률 높아져도 물가 오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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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경제성장률 높아져도 물가 오르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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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5~26일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융시장 참가자에게 여러 가지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 인상의 이유로 경제 성장 전망의 상향을 들었으면서 정작 인플레이션 전망은 오히려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기자회견에서 "Fed의 예상에는 인플레가 보이지 않는다(It's not in our forecasts)"고 발언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올해 2분기 미국 경제가 4.2%(연율 기준) 성장하고 8월 실업률도 3.9%까지 떨어질 정도로 경제가 잘나가는데, 왜 인플레 압력이 약화됐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최근 미국 물가 압력이 매우 낮아진 데 있다. 이달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2% 그리고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 상승했는데 최근 그 상승 탄력이 둔화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와 식료품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이른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월 대비 0.1% 그리고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2% 상승에 그쳤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뛰어넘을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플레 압력은 오히려 낮아지는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Fed도 고민이 많은 듯하다.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은 미국 노동시장에 아직 '여력(slack)'이 많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간단하게 말해 최근 실업률 하락은 취업자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구직 의사를 지닌 사람(경제활동참가자)이 줄어든 탓도 크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15~64세 인구 대비 경제활동참가자 비율을 살펴보면 62.7%로 금융 위기 직전이던 2008년 8월의 66.1%보다 크게 낮다. 다시 말해 현재의 낮은 실업률은 경제활동에 참여하려는 의사가 있는 사람이 줄어든 탓이며, 실제 실업률 수준은 이보다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왜 이렇게 구직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을까? 그 이유는 크게 보아 두 가지 요인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금융 위기 이후 임금 상승률이 매우 낮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구직자들의 '기준임금(Reservation Wage)', 다시 말해 자신이 '이 정도는 받아야만 일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임금'을 밑도는 직장이 늘어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런 현상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바로 고학력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현상이다. 학사 이상의 학위를 지닌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08년 8월 77.2%를 기록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73.5%에 불과하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떨어진 둘째 이유로는 '사회보장제도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미국 50~54세 인구의 사망률은 6.08(1000명당 사망자 수)로 1971년의 사망률(7.37)보다 17% 낮으며, 2015년 55~59세 인구 사망률은 9.2로 1971년 50~54세 사망률(11.40)보다 19% 낮다. 즉 사망률만 가지고 보면 2015년의 55~59세 인구는 1971년의 50~54세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15년 미국의 장년층 경제활동참가율은 1971년보다 월등히 낮다. 즉 예전보다 월등히 건강해졌음에도 경제활동에 대한 적극성은 훨씬 낮은 셈이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이유로는 소득 증가에 따른 여가 선호 현상이 부각됐을 뿐만 아니라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제도가 도입되면서 중ㆍ장년을 중심으로 근로 의욕이 약화된 점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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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난 10년간 진행된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현상을 감안할 때 미국의 인플레 압력이 강하게 높아지기는 쉽지 않다. 노동시장에 추가적으로 고용될 수 있는 여력(slack)이 충분한 상황에서 기업이 굳이 임금을 올려줄 이유가 크지 않은 데다, 또 임금이 오르더라도 즉각 이에 대응할 잠재적인 노동력 저수지를 가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파월 의장의 발언이 시사하듯 미 Fed의 금리 인상 속도는 서서히 둔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Fed는 언제든 말을 바꾸겠지만, 당분간은 Fed의 공격적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접어둬도 좋을 것 같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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