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백에도 명품 로고 박혀야 '과시형 소비'…버리는 쇼핑백도 거래돼
2~3년 전보다 명품 쇼핑백 값어치는 떨어져…명품소비 증가하며 오히려 가치 하락하는 '스노브 효과' 때문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직장인 김진희(33·가명)씨는 '샤넬'이라고 적힌 쇼핑백을 애용한다. 미니백을 갖고 다니면서 가방에 다 들어가지 않는 것들은 샤넬 쇼핑백에 넣어 다닌다. 김씨는 "고가의 제품을 파는 브랜드인 샤넬이 쓰인 쇼핑백을 드는 것만으로 괜스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민수(29·가명)씨는 얼마 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구찌' 쇼핑백을 구입했다. 가격은 20㎝ 안팎의 크기에 1만원. 일반 종이가방을 구매하는 것보다는 비쌌지만 선물용으로 명품 포장이 좋을 것 같아서다. 이 씨는 "선물하려 하는데 아무래도 명품 쇼핑백에 주면 더 그럴듯해보인다"고 전했다.
샤넬, 구찌, 에르메스 등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곳에서 제품을 사면 주는 쇼핑백. 보통은 물건을 사면 쇼핑백은 버린다고 생각하지만 명품 쇼핑백은 버리기 아깝다. 최대 수만 원에 거래되는 물건들이기 때문이다.
7일 한 중고 명품 판매 사이트에서 카멜리아(동백꽃)가 달린 샤넬 쇼핑백은 가로 52㎝, 세로 39㎝ 크기의 경우 5만5000원, 30㎝ 내외 크기의 쇼핑백은 3만5000원, 20㎝ 내외 크기는 2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에르메스의 경우 가로 59㎝, 세로 49㎝ 크기의 쇼핑백이 2만원에, 구찌의 가로 23㎝, 세로 17㎝ 쇼핑백은 2만원에 각각 팔리고 있다.
샤넬 카멜리아 쇼핑백/중고 거래 사이트 캡처
개인들이 물건을 내놓기도 하는 한 포털사이트의 중고 거래 카페에서는 명품 판매 사이트보다 다소 시가가 저렴한 편이다. 30㎝ 내외 크기의 샤넬 카멜리아 쇼핑백은 1만~1만5000원, 구찌 20㎝ 내외 크기의 쇼핑백은 1만원에 각각 판매되고 있다. 이 밖에 루이뷔통, 버버리, 프라다, 페라가모, 입생로랑, 불가리, 토리버치, 티파니 등의 쇼핑백들이 4000~1만원에 거래된다.
이처럼 쇼핑백이 거래되는 이유는 저비용의 쇼핑백만으로 명품을 사용하는 것 같은 효과를 주기 때문. 개인들이 명품 쇼핑백을 사서 들고 다니거나 선물이 비싸보이게 포장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 이는 전형적인 과시형 소비로 꼽힌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본인이 구매력이 있다는 것을 명품 쇼핑백으로 보여주는 것인데, 실제 구매력이 크지 않더라도 명품 쇼핑백으로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본인의 명품을 중고로 되팔 때 명품 쇼핑백이 있으면 제값을 더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쇼핑백이 거래되는 이유다. 가짜 명품 업자들이 진짜인 것처럼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쇼핑백을 사들인다는 얘기도 있다.
명품 쇼핑백들이 판매되고 있다./포털사이트 중고 거래 카페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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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 달라진 점은 명품 쇼핑백 가격이 2~3년 전보다 다소 저렴해진 것이다. 포털사이트 중고 거래 카페에서는 2~3년 전 샤넬 카멜리아 쇼핑백이 2만~3만원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1만~1만5000원으로 절반 정도 값이 하락한 것. 구찌 쇼핑백의 경우 택배비를 제외하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4990원, 택배비를 포함한 79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소비가 증가하면서 오히려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스노브 효과(속물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샤넬 쇼핑백을 들지 않았을 때는 희소성이 있고 과시 소비의 대상이 됐지만, 최근에는 명품을 든 사람들이 너무 많아 쇼핑백만 들고 다녔을 때 사람들이 알아봐주지 않기 때문에 가치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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