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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뉴웨이브]세대 교체 막는 상속세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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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율 일본 이어 세계 2위
최대주주 주식 할증 더하면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가
과도한 稅부담 경영권 위협
포드·하이네켄 등 장수기업 몇 대에 걸친 승계에도 경영지배력 안정적으로 유지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우수연 기자]재계 창업주ㆍ2세들이 3ㆍ4세로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규제 장벽으로 상당수 그룹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속세를 내면 회사 절반을 팔아야 할 정도"라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는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 활동을 위축시켜 투자 감소, 경쟁력 악화 등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최고 상속세율은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다. OECD 상속세 최고세율 평균(26.3%)과 비교하면 약 2배 수준이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할 경우 한국의 최고세율은 65%까지 올라가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줄이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같은 높은 세율을 고수하고 있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캐나다와 호주는 이미 1970년대에 상속세를 폐지했다. 이스라엘과 뉴질랜드도 각각 1981년, 1992년에 상속세를 없앴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 멕시코, 오스트리아, 체코, 노르웨이 등이 상속세 폐지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은 아예 상속세가 없으며 미국과 일본도 상속세 감면을 추진하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 기업 활동 위축 불가피= 국내에 장수 기업이 없는 이유 중 하나도 과도한 상속세 때문이다. 과도한 세금 부담으로 기업의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더 나아가서는 경영권까지 위협한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에 따르면 '2017 중견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견기업의 47.2%는 기업 승계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 및 증여세'를 꼽았다. 중견련은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반드시 거쳐야 할 승계가 기업 재도약의 동력이 아닌 기업 포기의 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속세 납부를 위해 최대주주 자리를 내놓거나 경영권을 아예 매각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이우현 OCI 대표이사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OCI 주식 26만주를 매각해 400억원가량 자금을 확보했다. 지분율은 6.12%에서 5.04%로 1.08%포인트 줄었다. 이같은 지분 매각은 10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 중 일부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이 사장은 지분율이 줄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반납하게 됐다. 기존 2대 주주이던 이화영 유니드 회장(지분률 5.43%)이 최대주주로, 3대 주주이던 이복영 삼광글라스 회장(지분률 5.40%)이 2대 주주로 각각 올라섰다. 이 사장은 두 숙부에 이어 3대 주주가 됐다. 점유율 세계 1위의 손톱깎이 업체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창업주 김형규 회장이 갑자기 유명을 달리하며 유족들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회사를 매각했다. 이 회사는 오너 일가가 경영할때는 한번도 적자를 내본 적이 없었지만 매각 직후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 국내 1위 종자기술을 보유했던 농우바이오 역시 창업주 고희선 회장이 지난 2013년 세상을 떠나면서 유족들은 1000억원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지분을 매각, 경영권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IMF 당시 주요 국내 종자업체들이 모두 외국계로 넘어간 상황서도 국내 종자기술을 지켜왔던 회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속세 준비를 위해 일감몰아주기에 나서는 기업들도 있다. 회사를 잃느냐 상속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것이냐는 기로에 선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상속 증여 관련 불법 이슈가 생기는 이유 중 하나는 세율이 너무 높다는 점"이라며 "아버지가 벌면서 세금을 다 냈는데 자식에게 또 한번 세금을 내라는 것은 기본적인 경영이나 근로 의욕 자체를 꺾는 제도"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은 원활한 기업승계로 장수기업 성장= 국내 기업들이 이처럼 상속세 부담에 승계가 쉽지 않은 반면 해외 기업들은 원활한 기업 승계를 통해 글로벌 장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외 대기업의 승계사례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포드, BMW, 헨켈, 하이네켄 등 100년 이상 해외 장수 대기업은 몇 세대에 걸친 승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창업주 가족의 경영지배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글로벌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이 이처럼 장수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원활한 기업승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국 포드는 재단 설립과 차등의결권을 통해 상속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지배력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승계가 이뤄졌다. 독일 BMW는 다양한 회사형태를 보장하는 독일의 회사법을 활용해 유한합자회사 형태의 BMW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했다. BMW는 자녀에게 직접 지분을 증여하지 않고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6년에 걸쳐 증여, 상속증여세 납부 부담을 줄이고 지배력 약화를 막을 수 있었다. 독일의 헨켈은 1985년 가족지분풀링협약을 체결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가족지분풀링협약은 가족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단결적 의결권 행사와 함께 주식 수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하는 가족 주주간 계약을 말한다.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은 다층적 지주회사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원활한 승계를 이루었다. 다층적 지주회사구조는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하고 해당 지분관리회사의 지분을 관리하는 또 다른 지분관리회사를 설립해 가장 하위단계에 있는 지분관리회사 지분을 상속자가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이들 해외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키면서 경영권은 유지하는 기업 승계가 합법적인 제도적 틀 안에서 이뤄졌다"면서 "상속, 기업지배구조, 회사형태 등 기업승계와 관련된 여러 측면에서 대기업이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합법적 대안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 상속세 감면 지원이 없을 뿐 아니라 기업승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이를 규제하는 법제도가 존재하고 있어서 해외 대기업 승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상속세 부담 완화가 없어 기업 승계 과정에서 지배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편법적 경영권 승계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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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위해 규제 완화 절실=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 확대와 성장이 지속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상속세율 인하 등 규제 완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부의 이전이 있어야한다"면서 "결국 상속증여세 완화가 필요하다. 상속세의 개념이 처음에는 소득세의 보완적인 역할로, 소득세가 모두 과세할 수 없는 부분을 증여나 상속을 통해 세금을 내는 개념이었다. 대부분 다른 나라들은 상속증여세가 소득세보다 높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득세 최고세율이 42%고 상속증여세는 50%다. 상속증여세를 10% 정도 낮춰 소득세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상속세의 대안으로 자본이득세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자본이득세는 상속 재산이 아닌 기존 원금과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캐나다, 호주, 스웨덴은 상속세를 없애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자본이득세는 예를 들어 아버지가 특정 자산을 3억에 샀다 하면 아들도 똑같이 3억으로 물려받고 아들이 이를 팔게되면 나중에 이 양도 차익에 대해 한꺼번에 과세를 하는 것"이라며 "현행법상 상속할 때 지분은 시가로 평가하는데 다른 상속재산과 달리 지분은 가업 상속과 연관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주식을 팔 때까지 이연해주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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