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최고 피서지 카페→도서관
폭염에 찾는 이 늘자 자리 뺏긴 '카공족' 대이동
자취방에선 전기료 무서워 에어컨 틀 엄두 못내
[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연일 지속되는 폭염이 취업준비생들을 도서관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그동안 취준생들의 일종의 피서 주류는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더위를 피해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나며 이들에게 자리를 뺏기자 취준생들이 도서관으로의 대이동을 시작했다.
111년 만의 최악의 폭염이 닥친 1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중앙도서관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후 3시 정원이 348명인 한 열람실은 200여명이 자리를 메울 정도로 인기가 뜨거웠다. 대부분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토익 시험을 위해 외국어를 공부하는 등 취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이들이 도서관을 찾는 것은 전기료 걱정 없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열람실 실내 온도는 25도로 바깥 온도와 약 15도 차이가 났다. 복도에 나와 잠시 휴식하던 졸업생 김모(27)씨는 "자취방에선 전기료가 무서워 에어컨을 오래 못 튼다"며 "카페에서 공부하려고 했는데 3곳을 돌아다녀도 자리를 잡지 못해 도서관으로 왔다. 우리에게는 이게 피서"라고 전했다.
취준생들의 공부 모임인 '스터디' 장소로도 도서관이 인기다. 취준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A대학교 도서관 이용 가능한 분 우대합니다"와 같은 스터디 모집 글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었다. 일부 학교 도서관의 경우 단체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는데, 이는 해당 학교 학생만이 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카페로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여럿이 이용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취준생 장모(27)씨는 "유료로 스터디룸을 대여할 수도 있지만 비용이 문제"라며 "무료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스터디가 인기"라고 설명했다.
취준생들은 도서관 이용에 만족감을 나타냈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타들어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대학 졸업자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는 54만7000명이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1999년 이래 5월 기준으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전체 실업자 중 대졸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5월 기준 전체 실업자 112만여명 중 대졸 학력을 보유한 이는 절반에 육박했다. 이달 졸업을 앞둔 신모(26)씨는 "이번 주 가족 모두가 여름휴가를 떠났지만 취업 준비를 이유로 함께하지 않았다"며 "올해 상반기에 기업 수십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면접 전형까지 올라간 곳은 두 곳에 그쳐 매우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졸업생의 경우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만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대학들은 졸업생들의 도서관 이용 문의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있는 한 대학의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졸업생들의 도서관 이용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 때문인지 폭염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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