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제한은 엄격한데 분양가는 높아
자산가 부모 둔 신혼부부 유입 우려 목소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주요 골자 중 하나로 발표한 '신혼부부 주거지원'에 반대하는 게시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다. 청원인들의 주요 반대이유는 실효성 우려와 함께 자기자산은 적지만 자산가 부모를 둔 금수저 신혼부부들에 대한 특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정부는 신혼부부와 청년 주거불안 해소를 목표로 임기 말까지 총 163만가구의 주거지원을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특히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발표된 신혼부부 주거지원방안으로 '신혼희망타운'을 당초 목표보다 3만호가 추가된 10만호 공급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신혼희망타운 공급 대상자는 혼인기간 7년이내 무주택 가구구성원으로 3인가구 기준 도시노동자 평균 월소득의 120%인 600만원, 맞벌이부부는 130%인 650만원 이하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또한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이 2억5060만원 이하인 경우에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신혼부부의 주거불안 해소를 통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저출산 문제 극복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계획이지만, 오히려 신혼부부 주거지원방안이 발표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해당 정책의 수정, 반대 게시글이 쏟아졌다. 해당 정책이 특정 계층, 금수저들을 위한 '로또주택' 공급에 그칠 것이란 우려부터 저출산 대책으로는 난임 대책이 더 시급하다는 내용, 신혼부부가 아니라 실제 자녀를 기르고 있는 부부들을 중심으로 주거지원을 해야한다는 내용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금수저 특혜 논란이 불거지는 주요 이유는 신혼희망타운 공급 대상자 선정 제한으로 인해 자칫 부부합산 수입 및 자기자산은 적지만 부모자산이 많은 '금수저' 신혼부부들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월소득 및 자산 제한은 엄격하지만 신혼희망타운의 실제 분양가가 상당해 자산가 부모의 도움없이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올해 12월 공급이 예정된 신혼희망타운 선도지구인 위례신도시(508가구) 지역의 전용 46㎡의 예상 분양가는 3억9700만원, 전용 55㎡는 4억6000만원이다. 함게 공급되는 평택고덕국제도시(874가구) 지역의 신혼희망타운 분양가는 전용 46㎡의 경우 1억9900만원, 전용 55㎡는 2억3800만원 수준에 공급될 예정이다. 주변시세보다 30% 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애초 3억원대로 기대했던 강남권의 신혼희망타운 분양가가 4억원대로 올라가면서 정작 자기자산이 적은 흙수저 신혼부부들의 부담은 커졌다는 것.
이에 국토부는 신혼부부의 실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분양형은 1%대 초저리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분할상환형 장기전세대출을 연계해 공급하기로 했다. 일례로 위례신도시 전용 55㎡를 4억6000만원에 분양받을 경우 30%인 1억4000만원 정도를 초기에 계약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70%인 3억2000만원을 수익공유형 모기지로 대출받는 식이다. 이 경우, 대출 원리금을 합해 20년 만기시 월 160만원, 30년 만기시 월 110만원 정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자금력이 있는 부모를 가졌지만 부부합산 소득 및 자산은 적은 금수저 신혼부부들의 경우, 장기전세대출을 받고 월 110만원 정도를 부모에게 보조받으면 손쉽게 시세차익을 얻을 악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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