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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LG회장 별세]재벌 기업 가지 않은 길…2003년 지주회사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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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후 전환 필요성 느껴 2003년 국내 처음으로 지주사 전환

문재인 대통령 "지주회사 체제 정립하면서 선도적 역할 했다"
이후 SK, GS, 두산 등 재벌 기업 지배구조의 모델

[구본무 LG회장 별세]재벌 기업 가지 않은 길…2003년 지주회사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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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구본무 LG회장의 별세에 대해 "정말 존경받는 재계의 큰 별이 가셔서 안타깝다"며 "다른 재벌과 달리 (LG는) 2003년부터 지주회사체제를 정립하면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애도의 메시지를 두고 재계에서는 이번 정부가 '적폐 청산'의 핵심으로 재벌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재확인했다는 평가를 내린다.

2003년 3월 1일 재계 2위 그룹인 LG는 국내 처음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국 기업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한국의 대기업들의 구조적인 문제로 꼽혀온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지주사인 (주)LG를 정점으로 수직적인 계열사구조를 완성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LG식 지배구조는 기업 지배구조의 모델이 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기준, SKㆍGSㆍ두산ㆍLSㆍCJ 등을 포함한 국내 지주회사는 193개로 늘어났다. 또 이들의 평균 부채 비율은 규제 수준인 200%보다 크게 낮은 38.4%로 탄탄한 재무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란 주식의 소유를 통해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 주식 가액의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인 회사를 뜻한다. 공정거래법에서는 복잡한 순환형 출자를 막고 단순하고 투명한 출자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회사 간 수직적 출자만을 허용하고 있어 지주회사는 계열회사 중 자회사 주식만을, 자회사는 손자회사 주식만을 보유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 증대 효과와 피라미드 형태의 소유구조로 단순하고 명확한 자회사 경영을 기대할 수 있다.

LG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인식한 것은 외환위기 직후. 한국의 재벌들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계열사간 순환출자, 상호출자 등의 방식으로 '가공(架空)의 자본'을 끊임없이 형성했다. 이를 통해 총수는 5% 안팎의 지분으로 수많은 계열사를 소유 지배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런 복잡한 지배구조는 외환위기때 직격탄을 맞았다. 계열사 간 얽히고 설킨 지배 구조탓에 한 기업이 도산할 경우 피해가 도미노처럼 전 계열사에 확대됐다. 외환위기의 주범이 재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1999년 '경제력 집중의 우려'를 이유로 금지했던 지주회사 설립이 가능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면서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했다. 하지만 자회사 지분에 대한 막대한 주식매입비용이 필요해 타 기업들이 지주회사 전환을 주저했다. LG는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새로운 기업 구조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LG도 지주회사 도입의 의미를 "재벌들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순환출자 구조'의 고리를 끊고 기업의 투명성과 경영효율성을 극대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69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주)LG의 대주주 지분율은 구본무 LG회장 11.8%, 구본준 부회장 7.72%, 구광모 상무 6.24%,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4.48%,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3.46% 등이다.


최근 들어 지주회사 전환은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억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재벌 개혁 과제로 제시하면서부터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은 LG를 모범사례로 꼽으며 다른 기업들도 지배구조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게다가 올해 말 지주회사 전환 시 대주주에게 부여되는 양도차익 과세이연(세금 납부를 늦춰주는 것) 조항이 일몰되면서 기업들은 지주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의 관심은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으로 쏠린다. 현대차는 지난 3월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해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대주주와 그룹사 간 지분 매입ㆍ매각을 통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엘리엇 및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일제히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를 권고하면서 29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안까지 여전히 고비가 남아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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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지난해 4월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거세지면서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다시 꺼내들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지난 10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10대그룹 전문경영인과의 정책간담회를 가진뒤 "삼성그룹의 현재 소유지배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LG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문제에 대해 남보다 한발 먼저 과거 관행을 벗어나서 앞선 노력을 해왔다"며 "지분 정리 등 문제 때문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길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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