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유럽에서는 와인 만들 때 설탕을 넣지 않는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8051109241021086_1525998251.jpg)
포도의 성숙은 토질과 기후 등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므로,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한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기는 힘들다. 그래서 수확한 포도품질의 안정화를 도모하기 위하여 제한된 범위 내에서 과즙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인위적인 조작이 성숙에 의한 원래 포도의 성분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토질이나 기후조건이 양호한 곳에서 양질의 와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첨가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겨울이 춥고, 여름이 더운 대신 습기가 많아, 고급와인용 포도 생산지로서 적합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남부지방에서 와인용 포도를 많이 재배하지만, 수확된 포도의 당분함량이 낮고 산도가 높아서, 설탕이나 중화제를 사용하는 등 인위적인 조작을 거쳐야 한다. 이렇게 기후조건이 좋지 못한 곳에서는 양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 과즙을 개선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알코올발효란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면서 탄산가스를 내놓는 반응이라서, 포도의 당도가 높을수록 와인의 알코올농도가 높아진다. 그래서 포도를 재배할 때 당도가 높은 포도를 얻을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다한다. 수학적으로 이야기하면 포도의 당도에 0.57 정도를 곱하면 발효 후 알코올농도가 된다. 그러니까 와인의 알코올농도가 12-13% 정도 되려면 포도의 당도는 21-23%정도는 나와야 한다. 우리나라 일반 청량음료의 당도가 12-14%, 아주 단 복숭아통조림 국물의 당도는 18-19% 정도 되니까, 와인용 포도가 얼마나 달아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포도의 당도는 14-16% 정도 되니까, 이를 그대로 발효시키면 8-9%의 알코올농도를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설탕을 첨가하여 당도를 22-24 % 정도로 조절한 다음에 발효를 시켜 알코올농도를 12-13 % 정도로 만든다. 이렇게 우리나라와 같이 포도의 당도가 낮게 나오는 나라에서는 으깬 포도나 주스에 설탕을 첨가하여 와인을 만든다. 그런데 유럽에서 와인을 만들 때 설탕을 전혀 넣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유럽연합(EU)에서는 재배지역의 특성에 따라 산지를 구분하여 최저 알코올농도, 보당, 보산, 제산 등의 방법에 대한 규정을 정하고 있다. 가장 추운 북부 유럽은 3 %, 중간은 2 %, 비교적 더운 남부 지방은 1.5 % 이하로 알코올농도를 높일 수 있도록 으깬 포도나 포도주스에 설탕을 첨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규정은 이렇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은 설탕을 아예 넣지 못하도록 내부 규정을 정해놓고 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도 설탕 첨가가 금지되어 있지만, 미국의 오리건 주, 칠레, 뉴질랜드 등은 설탕을 첨가하는 것이 허용된다. 우리나라는 주세법에 원료의 40 % 정도에 해당하는 상당히 많은 양의 설탕을 넣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간다. 그러나 설탕의 첨가는 적정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알코올 농도를 1.0-1.5 % 정도 높이는 것이 좋다. 너무 첨가량이 많으면 와인 맛의 균형이 깨지고 과일향이 가려지면서 희석된 맛을 풍기게 된다. 약간만 가당하여 바디와 부드러움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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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와인을 좀 아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포도의 당도가 낮다고 무시하지만, 이는 와인을 만들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포도의 당도가 20 % 가 넘어가면 복숭아 통조림 보다 더 달아서 한 송이를 다 먹을 수도 없다. 소비자들이 조금만 먹어도 금방 질려버리니까 농민들 입장에서는 포도를 많이 팔수 없게 된다. 식용으로 현재 우리나라 포도는 당도와 산도가 가장 적합하다. 식용 포도라면 당도를 높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김준철 한국와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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