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방통은 생김새가 추해서 한동안 작은 고을에 내쳐져있다가 나중에 능력을 보고 유비에 의해 중용됐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고대의 '외모지상주의'는 지금보다 훨씬 심했다.(사진=드라마 '삼국' 장면 캡쳐)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흔남ㆍ흔녀없이 제대로 얼평해서 나옵니다" 보통 지인들의 근황을 보려고 켜는 페이스북에서 한번쯤 지나치는 소개팅 앱 광고에는 '얼평'이란 단어가 꼭 나온다. 얼평의 의미는 '얼굴평가'의 줄임말로 10대에서 20대 젊은층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기 얼굴을 평가해 달라고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신조어로 자리잡은 말이다.
이 얼평은 글자 그대로 얼굴만 평가하는 건 아니다. 얼굴, 몸매, 키, 스타일, 옷차림 등 외적 요소를 있는 그대로 평가한다. "얼굴이 밋밋하다", "못생긴 게 성격 나쁘게 생겼다" 등 인신공격적인 댓글들도 줄을 잇는다. 그리고 그 밑에는 보통 성형광고가 배너로 떠있다. 얼평으로 자극받은 욕구를 성형으로 해소할 것을 유도하는 마케팅이다.
이런 외모지상주의 풍조는 흔히 산업화 이후 발생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고대에 외모는 곧 계급을 상징했다. 고구려 고분벽화나 이집트 피라미드의 벽화에서도 왕이나 귀족, 파라오들은 일반 평민들보다 훨씬 크고 잘생기게 그려져 있다. 중요인물이라 크게 그릴 뿐 아니라 진짜로 컸기 때문이다. 영양상태가 가장 좋은 신체를 가진 부부가 만나 더 건장한 아이를 낳다보니 보통 왕족이나 귀족들은 그 나라의 평균 신장보다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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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나라 때 관리 선출의 네 가지 기준으로 불리는 '신언서판(身言書判)'에서도 첫번째는 용모를 뜻하는 '신'이었다. 일단 키도 크고 잘생겨야 면접 기회라도 줬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은 소설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 '방통(龐統)'이란 인물의 일대기에도 잘 묘사돼있다. 인자한 군주로 이름 높은 유비조차 방통의 생김새가 추하다 하여 시골 관아로 내려보낼 정도니 평범한 군주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나마 오늘날의 얼평은 고대의 '외모계급론'에서는 많이 탈피한 셈이다. 하지만 외모계급론은 빈부격차와 함께 다시 심화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소의 조사 결과, 17세 이하 남자아이들의 평균 키는 월소득 300만원 이상인 가정의 아이가 129.8cm, 100만원 미만 가정의 아이는 122.4cm로 7.4cm 정도 차이가 났다. 고소득 가정의 아이들은 수능이 끝난 후 대학 입시 전까지 이른바 '튜닝'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바로 몇 세대만 지나간다면, 외모계급론은 다시 사회의 지배이론이 될지도 모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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