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송승윤 기자]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쇼핑 페이지인 스마트스토어에서 이른바 ‘짝퉁’ 축구팀 유니폼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 러시아월드컵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온 데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 손흥민 선수의 활약까지 이어지면서 높아진 축구 열기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23일 현재 네이버에서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명 해외 프로축구팀 유니폼을 입력할 경우 수많은 제품이 검색된다. 일부 제품들은 네이버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에 정식 등록돼 판매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각 브랜드 사에서 내놓은 정품 유니폼이 아닌 커스텀 유니폼, OEM(주문자 부착 상품·원 제작사로부터 생산 요청을 받은 타 제조사가 제작) 유니폼, 수입 제품이라는 명목의 모조품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모조 유니폼들은 나이키나 아디다스, 퓨마 등 유명 브랜드 업체 로고까지 프린팅 혹은 자수처리돼 마치 정품 같은 인상을 심어준다. 일부 제품은 원단까지 유사해 일반인이 쉽게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교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 제품들은 정품 유니폼의 판매가인 9만~15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고작 3만~4만원 수준에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각 업체에서 직접 생산한 정품 유니폼이 아닌 모든 모조품들은 제작·판매·소유가 모두 금지된 엄연한 불법 제품들이다. 현행 상표법 상에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 ▲타인의 등록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행위 ▲동일 혹은 유사한 상표를 교부, 판매, 위조, 모조 또는 소지하는 행위 ▲용구를 제작, 교부, 판매, 소지하는 행위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 혹은 유사한 상표가 사용된 상품을 양도 또는 인도하기 위해 소지하는 행위 등을 모두 금지하고 있다. 또 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정품 시가로 따졌을 경우 1000억원에 이르는 모조 유니폼을 중국에서 수입, 국내에 유통하려 한 일당이 세관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당시 범행을 저질렀던 스포츠 의류제작 업체 대표는 결국 상표법 위반과 관세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업체들은 오히려 당당하게 커스텀 유니폼, OEM 유니폼, 수입 제품이라는 등의 명목을 내세워 교묘하게 법의 테두리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커스텀 유니폼의 경우 나이키나 아디다스 등의 브랜드 판매권을 소유한 업체가 소비자 요구에 따라 원하는 프로축구팀이나 국가대표팀의 엠블럼 등을 임의로 마킹, 실제 유니폼과 거의 유사한 디자인으로 제작하는 형식으로 완제품을 그대로 위조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또 OEM 제품 역시 원 제작사가 생산 요청을 하면 다른 제조사가 만들어 유통하기 때문에 상표권 침해 소지가 적다. 그러나 최근에는 각종 이미테이션 가품에도 무분별하게 OEM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등 그 범위가 넓어져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불법 소지 가능성은 다분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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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설명란에 ‘수입 제품’이라고 명시하는 것 역시 일종의 꼼수로 볼 수 있다. 직접 제작하지 않고 해외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단순히 수입·유통하는 역할만 할 경우 사법처리 과정에서 책임 소재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법의 맹점은 업체들이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버젓이 모조 유니폼들을 판매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와 관련, 네이버 관계자는 “스마트스토어는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개인이나 업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으로 우리가 직접 판매하거나 중개하는 시스템이 아니다”면서도 “다만 불법 제품들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나, 제품들이 등록되는 속도가 더 빨라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조 유니폼 등이 발견되면 즉각 판매 중지 등 처분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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