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머릿속, ‘과학자’는 무조건 남성?

1960년대 99%가 과학자는 '남성'으로 그려
2016년 조사에서는 34%가 '여성'으로 표현
하지만 커가면서 '과학자는 남성' 인식 강해져

[이미지=사이언스지 홈페이지/http://www.sciencemag.org]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과학자를 그려보세요”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어린이들은 남성 과학자를 그릴까, 여성 과학자들을 그릴까? 1960년대만 해도 99%가 넘는 어린이들이 과학자를 그려보라는 요청에 '흰 가운을 입고 안경을 낀 남성'을 그렸다고 한다. 성차별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교육도 활발해진 오늘날 어린이들은 어떨까?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 연구팀은 지난 50년 동안 ‘과학자를 그리세요(Draw-A-Scientist)’라는 실험을 진행했다. 1966년 처음 이 실험을 진행했을 때는 아동 5000명 중 28명, 즉 0.56%만이 여성 과학자를 그렸다고 한다. 99% 이상의 아이들은 과학자를 실험실에서 현미경 등 실험도구들과 함께 하얀 가운과 안경을 착용하고 수염이 난 남성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진행한 실험에서는 34%의 어린이들이 여성 과학자를 그린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실험은 5~18세 학생들 2만8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특히 아이들의 나이가 어릴수록, 여자 아이일수록 과학자를 여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았다.

연구팀은 “실험을 처음 시작했을 1960년대 당시와 최근 2010년대 여성 과학자 비율을 비교했을 때, 생물과학 분야의 여성 과학자는 28%에서 49%로 증가했고, 화학 분야는 8%에서 35%로, 천문학 분야는 3%에서 11%로 늘어났다”면서 “여전히 남성의 비율이 높지만 여성들의 이공계열 진출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편견에 변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예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인식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사회화 과정을 거치면서 '과학자는 남성'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살일 때, 여성과학자를 그린 학생이 중학생이 되고 난 뒤, 남성과학자를 그린 결과가 나온 것.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과학자를 남성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비드 우탈 박사는 “미디어에 출연하는 과학자가 대부분 남성인 것을 고려하면 아이들은 성장할수록 과학자에 대한 고정관념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면서도 “같은 맥락으로 최근 여성 과학자들이 미디어에 속속 등장해 아이들이 여성 과학자를 접할 기회가 많아져 오히려 편견이 없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