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시중은행 22건 비리 정황 적발…공공기관 93%에서 '수상한 채용'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최악의 취업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의 채용비리가 잇따라 밝혀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최근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융권에서 채용비리의 실태가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시중은행 1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채용비리 현장검사 결과 22건의 비리 정황을 적발했다.
수십,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하는 시중은행 공채에서 고위직 자녀, 전직 정치인 자녀, 주요 고객의 자녀들이 점수조작 등 부정한 방법을 통해 합격했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취준생들은 이 소식에 “지원자의 능력보다 아버지 스펙이 더 중요하냐”며 반발했다.
채용비리는 온갖 방법이 동원됐다. 특정인의 자녀를 최종 합격시키기 위해 사전면담으로 가족관계를 알아내 면접관에서 전달하거나 필기시험·서류전형 등에서 가산점 혜택을 주는 방식이다. 또 서류전형에서 최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임원진 면접에서 최고등급을 부여해 최고경영진 친인척이 최종 합격한 사례도 있었다.
금융권 뿐 아니라 공공기관 채용에서 부정행위는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정부가 진행한 채용비리 특별점검에서는 공공기관 93%에서 채용비리가 적발됐다. 점검대상 1190개 기관·단체 중 946개에서 총 4788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서류전형에서 배수를 조정하거나 고위인사 지시로 위원회를 열어 불합격자를 최종합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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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잇따른 채용비리에 “많은 취준생들이 한줄기 희망에 모든 것을 건다”며 “스펙을 타파하겠다며 블라인드 등 공정 채용 방식이 도입됐지만 오히려 지원자 스펙만 타파했을 뿐, 부모 스펙은 더 중요해졌다”고 탄식했다.
특히 최근 문제가 크게 부각된 금융권 채용비리로 인해 금융계 취업을 포기하고 싶다는 취준생도 있었다. 그는 “여태까지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나 자신의 자질과 능력 부족이라고 자책해왔었다”며 “수십 년 동안 공공연히 채용비리가 행해져왔을 것을 생각하니 힘이 빠진다”고 했다. 이어 “블라인드 채용보다는 필기시험을 강화시켜 고위직 자녀라도 능력이 부족하면 통과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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