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어금니 아빠' 이영학(35)에 대한 딸 이모(14·구속)양의 믿음은 맹목적이었다. 지난 9월 30일 "엄마가 죽었으니 엄마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 여중생 친구를 데려오라던 아버지 이영학의 지시를 이양은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이영학은 자양강장제 두 병에 졸피뎀(수면제 성분)을 각각 두 정씩 섞어 놓았다. 이양은 아버지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 A(14)양에게 수면제 섞인 드링크를 마시게 했다.
이양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평소 이영학이 복용하던 신경안정제 두 정을 찾아 A양에게 복용토록 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이 마시다 만 수면제 섞인 드링크를 마저 먹였다. 이영학은 잠든 A양을 안방으로 데려가 성보조기구를 이용해 추행했고, 이튿날 A양이 의식을 회복하자 젖은 수건과 넥타이를 이용해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양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한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의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는 "이양에게 아버지는 맹목적 믿음의 대상으로 모든 행동과 의사결정이 아버지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아버지에 의해 판단능력이 없어진 상태에서 가치판단 없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버지 이영학에 대한 이양의 태도가 변하기 시작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 중랑경찰서 관계자는 "이양이 구속된 이후부터 아빠를 욕하기 시작하더라"고 24일 전했다. 이영학의 아내 최모(32)씨의 죽음에 대해 이양은 "엄마는 아빠 때문에 죽은 것 같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은 이영학에 대해 상해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 이 같은 판단의 배경에는 이양의 진술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의 진술과 부검감정결과,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 묻은 휴지, 창틀의 혈흔 등으로 경찰은 당시 이영학이 알루미늄 모기약 용기로 최씨 머리에 상해를 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양의 진술을 통해 지속적인 가정폭력과 성매매 강요 등으로 심리적으로 지친 최씨가 이영학에게 폭언 ·폭행을 당한 뒤 처지를 비관해 우발적으로 투신한 것이라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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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영학은 지난 17일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이 다음 재판의 증인으로 자신과 딸 이양을 증인으로 신청하자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판사가 "왜 그렇게 우느냐"고 묻자 이영학은 "딸을 여기서 만나고 싶지 않은데요. 제가 다 벌 받으면 되는 데요"라며 흐느꼈다.
이영학이 법정에서 딸을 만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부정(父情)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인지는 다음달 8일 열리는 두 번째 재판에서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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