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김장철…김장에 담긴 과학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면서 이와 얽힌 다양한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김장은 발효 과학의 정수로 여겨지는 만큼 과학과 관련된 김장 문화의 양상에도 시선이 쏠린다.
우선 과거 김치냉장고의 역할을 하던 김장독은 온도와 습도를 고려해 지역별로 모양이 다 달랐다고 한다. 서울 등 중부지방의 김장독은 항아리의 입구가 다른 곳에 비해 넓었다. 일조량이 많지 않은 지역적 특성 때문에 충분한 자외선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것이다. 반면 일조량이 많고 평야가 발달한 전라도의 항아리는 입구가 좁고 배가 볼록하게 나온 것이 특징이었다. 수분 증발을 막으면서도 충분한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모양이었다. 산악지형이 많은 경상도의 김장독은 크고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런 김장독은 김치움에 보관했다. 움은 땅을 파고 거적 등을 얹어 비바람이나 추위를 막는 것인데 이를 통해 김치를 보관하는 온도를 조절한 것이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준비하는 김장은 익는 속도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김장독을 땅에 묻고 김치움을 지으면 김치가 익어 가기에 가장 적합한 4~5도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하지 않고 김장 김치를 실온에 보관하면 3~4일이면 익어버렸고 미생물이 많이 증식해 나쁜 냄새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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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에 스며있는 과학의 원리는 이밖에도 많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에는 '삼투현상'의 원리가 적용됐다. 소금에 절이면 농도 차이로 배추 세포 내의 물이 빠져나와 유해한 미생물이나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김장 김치는 썩지 않고 겨우내 잘 익을 수 있었다. 또 공기의 접촉을 피해 보관하는 방법은 유산균의 증식을 돕는다. 처음엔 잡균도 함께 있지만 보관 기간을 거치면 산소가 없어도 잘 생존하는 유산균만 남는 것이다.
특히 고춧가루는 '바이셀라 사이바리아'라는 유산균을 증식시키는 데 효과가 있다. 이 유산균은 항암, 항균, 항바이러스 기능을 하는 물질의 농도를 높인다. 김치의 유산균은 지방이 생성되는 것을 억제하는 '오르티닌'이라는 물질도 생성한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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