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만 가지고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란 사실 입증돼
역량 등 최소한의 진입장벽 존재해야
제도개선案 발표 전 업계에 설명도 듣지 않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제도개선안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죠. 관세청이 심사 과정에서 점수를 조작했다는 문제점에 대한 징벌적, 사후 조치의 성격이 강하지 않나요? 시장 자체를 어떻게 선순환시킬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고, 오히려 경매제가 언급돼 있어 당황스럽습니다".(A면세점 관계자)
"면세점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적어도 시장 관계자나 원로들에게 상황 설명은 들어야 하는건데… 그런자리는 전혀 없었어요. 19일 인천공항에서 잠시 부총리와 만난 자리는 그야말로 상견례의 개념이고, 그 자리에서 얼마나 터놓고 얘기할 수 있었겠습니까".(B면세점 관계자)
면세점 제도를 둘러싼 1차 개선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사업자 선정 방안에 대해 경매제나 등록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는 특허제 방식을 경매제나 등록제를 포함,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향후 민간 위원장(유창조 동국대학교 교수)을 둔 태스크포스(TF)가 중심이 돼 공청회, 연구용역, 해외사례 조사 등을 거쳐서 최종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매제는 이제까지의 공항면세점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적용된 방식이다. 사업제안서와 입찰가격을 기준으로 다양한 역량을 복합적으로 심사한다지만, 사실상 입찰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쳐왔다. 높은 금액을 써내면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구조다.
그러나 시내면세점의 경우 이제까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가격경쟁은 없었다. 경영 능력이나 관리 역량, 사회환원이나 상생노력 정도 등에 각각 배점을 해 관세청이 조직한 특허심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 세관에서 특허를 발급하는 방식이었다.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을 기준으로 사업의지, 자금력만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고도의 면세품 관리 역량과 글로벌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력관계, 브랜드 유치력 등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경매제와 함께 검토되고 있는 등록제 역시 업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등록제는 진입장벽 없이 일정 요건만 갖추면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골자인데, 이 경우 수입품의 관리와 밀수 위험을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국내 면세시장이 '한국 면세점 물건은 진품, 고품질' 이라는 국내외 소비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급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칫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 세관공무원의 수를 늘려야 해 공적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제나 등록제는 제도개선책이 아니라 제도개악책이며, 실패할 모델"이라면서 "민간위원들이 객관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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