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면세점 제도 개선 TF로 '환골탈태' 선언
관련 규제 자주 바뀌어 혼란…글로벌 시장서도 고전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정부에서 한국 면세점 시장이 커지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사실 모르겠습니다. 투자도 우리가 하고, 고용도 우리가 했어요. 그런데 시장이 커지니 정부가 지원하겠다, 규제하겠다 나서면서 혼란이 시작됐습니다. 지금 어떻게 됐나요. 돈 버는 곳이 없어요".
면세업계에서 10여년 근무한 한 대기업 계열 면세점 임원은 최근의 상황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한 때 잘 나가던 면세 시장이 절벽 위에 서있는 것 같다고도 표현했다. 실제로 요즘 업계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의 여파로 중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기고, ▲특허 기한 연장(10년→5년) 무산 ▲특허 수수료 최대 20배 인상 ▲면세점 수 급증 ▲고액의 공항 임대료 등 악재가 쏟아지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대부분의 사업자가 이익을 내지 못했다. 여기에 면세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발의돼 혼란이 예상된다.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종훈 의원(무소속)은 최근 시내면세점의 영업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제한하고, 공항과 항만에 소재한 면세점은 오후 9시30분까지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로 인해 중소상인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며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내면세점은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매월 특정일 의무 휴일을 가져야 하고, 설날이나 추석 등에는 영업할 수 없다.
업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상대적인 고가의 수입품이 주로 판매되는 면세점과 골목상권은 사실상 제품 카테고리가 겹치지 않는데, 명분없는 '옥죄기 식' 법안이라는 것.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주변 전통시장 매출도 부진했다는 조사결과까지 나온 마당에 관련성이 없는 영역의 사업자를 지나치게 규제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 면세점 품목별 매출 상위 10 리스트'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면세점 전체 매출은 12조2757억원이다. 1위 품목은 화장품으로 6조2869억원(51.2%)에 달했다. 이어 가방류 1조7226억원(14%), 시계류 9311억원(7.6%), 담배 6062억원(4.9%), 귀금속류 5735억원(4.7%) 등이 뒤를 이었다. 향수(3341억원, 2.7%)와 주류(3164억원, 2.5%), 인·홍삼류(3036억원, 2.5%), 의류(2884억원, 2.3%), 안경(선글라스)류(2728억원, 2.2%) 등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품목별 소비 채널을 감안했을때 전통 상권 또는 골목상권과 판매 품목이 겹치는 것은 '담배'나 '안경' 정도다. 안경 마저도 선글라스 매출 중심이고, 선글라스의 경우 고가의 브랜드 제품이 선호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담배 외에는 골목상권과 무관한 게 사실이다.
전날(27일) 정부는 면세점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한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여기에는 심사의 투명성 강화만이 담겼다. 사실상 면세점 업계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이 없었다. 정부는 추가적인 논의를 통해 시장을 둘러싼 모든 제도를 전면 재검토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관광 문화와 인프라가 열악한 한국에서 면세점 업체들이 급성장 한 것은 그만큼의 투자와 안목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정부와 사회적인 주목을 받고, 탐욕스러운 기업 취급을 받는 게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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