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아직 결정을 못했다. 주변 얘기를 들어봐도 막상막하라고 한다." (70대 남성 조합원)
2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 국내 재건축 시장 역대 최대 규모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 주 구)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긴장감이 흘렀지만, 그간의 치열했던 수주 홍보전과 달리 차분했다. 시공사 후보자인 현대건설과 GS건설 영업사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지도 않았고 따로 홍보전이 없었다.
이날 조합원들은 전세버스를 타고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 선정 등을 위한 임시총회가 열리는 잠실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총회 시간이 가까워오자 조합원들은 명부를 확인하고 체육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3시 기준 전체 조합원 2294명 중 2194명이 임시총회 현장에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전날 부재자 투표를 하고 임시총회 현장도 찾은 1482명과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받은 조합원 301명을 더한 숫자다. 시공사 선정 관련 안건을 위해서는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현장에 참석하도록 돼 있다.
시공사는 이날 현장 투표와 전날 치러진 부재자 투표 결과를 더해 결정된다. 전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된 부재자 투표에서는 전체 조합원 2294명의 80%가 넘는 1893명이 참여했다.
조합원 투표 결과는 예측 불허다. 판세를 놓고도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조합원의 상당수가 표를 행사한 만큼 부재자투표 결과가 시공사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조합원 의견이 팽팽한 만큼 나머지 조합원들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 때문인지 이날 현장에서도 차분한 분위기 속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 건설사 직원은 "오늘도 사장님이 조합원들 앞에 선다"면서 "내부적으로도 현장투표가 남아있는 만큼 막상막하라고 보고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포주공1단지 인근의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이렇게 떨리고 긴장되는 시공사 선정 총회는 처음"이라고 했다.
반포주공1단지는 현재 5층 아파트 2120가구를 35층 5388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2조7000억원으로 총 사업비는 10조원에 달해 단일 주택공사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규모도 규모지만 특히 이번 수주전의 승자는 향후 전개될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이 막판까지 치열한 수주전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지난 21일 1차 합동설명회에 이어 이날도 막판 표심을 잡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각각 30분으로 한정된 설명회를 끝마친 뒤에는 조합원들을 향해 큰 절도 올렸다.
먼저 무대에 오른 정수현 사장은 반포주공1단지를 비교대상이 없는 명품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 사장은 "개인적으로 애착을 가지고 있고 사업에 참여한 초기부터 관여했다"며 "만일 기회를 주신다면 이 단지가 명실공히 최고의 단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제안한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원과 관련해서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차질이 없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그 이익을 여러분께 돌려드리는 방법을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제안한 이사비 7000만원 무상 지원과 관련, 국토교통부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막판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어 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조합원 앞에 섰다. 임병용 사장은 "조합원들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현대건설은 공사비 원가 등 입찰 제안서 상세내역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사장은 "만일 GS건설을 선택해주신다면 특화공사 금액 2540억원을 547억원에 군소리 없이 해드릴 것을 약속드린다"며 "GS건설은 근거있고 안전한 방법으로 그 이상의 이익을 돌려드릴 구체적인 계획과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포주공1단지 시공사 선정 결과는 오후 6시쯤 발표될 예정이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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