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항공모함 군사옵션도 확정
[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미국이 24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B-1B 랜서 폭격기를 북방한계선(NLL)으로 출격시키면서 대북 작전 패턴이 '말 폭탄'에서 실질적인 '무력과시'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B-1B 랜서 2대는 이날 F-15C 전투기 6대의 호위를 받으며 동해 NLL을 넘어 공해상에서 약 3시간 동안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B-1B 2대는 북한 강원도 고성에서 동쪽으로 200여㎞ 떨어진 공해상까지 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NLL을 넘어 북측 영공과 가까운 쪽으로 미국의 전투기가 진입한 것은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이다.
다나 화이트 미 국방부 대변인은 "21세기 들어 북한 해상으로 날아간 미군 전투기와 폭격기를 통틀어 이번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가장 북쪽으로 멀리 날아간 비행"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이 이번에 독자적으로 무력시위를 펼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사시 독자적인 군사행동도 감행할 수 있음을 북한에 보여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B-1B 편대는 한미 연합 작전 형태로 한국 공군의 F-15K 등의 호위를 받으며 한반도에 전개됐었다.
미국의 항모강습단도 다음 달 중순께 한반도로 출동해 우리 해군과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다. 따라서 다음 달 한반도에 배치될 항모강습단이 어느 지역까지 북상해 훈련을 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스콧 스위프트 미 태평양 함대 사령관은 전역을 앞두고 지난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 달 연합훈련에 "항공모함 2척 공동훈련(dual carrier operation)도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모함 2척이 한반도에 배치돼 공동훈련을 하게 된다면 전례 없이 매우 강도 높은 무력시위로 간주된다. 항공모함 1척은 서해, 다른 1척은 동해에 배치돼 최대한 북한 방향으로 이동해 포위하는 훈련을 할 경우 북한의 압박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한반도 출동이 사실상 확정된 미국의 전략무기는 핵 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호를 위시한 항모강습단으로 알려졌다. 항모강습단은 항공모함과 이를 보호하는 핵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 미사일 순양함 등으로 구성된다. 웬만한 국가의 전체 전력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다른 항공모함 1척은 칼빈슨호일 가능성이 높다.
미군 항모강습단이 다음 달 출동할 때 B-1B 폭격기나 F-35B 스텔스 전투기가 동시에 출격해 북한 DMZ 인접 지역까지 위협 비행을 할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압력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B-1B는 B-52, B-2 '스피릿'과 함께 미국의 3대 전략폭격기로 불린다. 최대 무장 탑재량은 총 61t으로 3~4대가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면 평양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유사시 괌 기지에서 이륙해 2시간이면 한반도에 도착하는 기동성도 갖췄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폭격기인 이유다.
한편 청와대는 미국의 B-1B 편대 독자 작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간에는 전략자산 운용에 대해 긴밀한 협의와 공조를 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B-1B가 우리 영해가 아닌 공해를 지나가는 것이어서 연합자산 운용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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