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민간역사 국가귀속 결정 후 임차상인 설명회
영등포역사 임대점주들 "국가의 갑질로 생계 뺏겼다"
설명회장 곳곳서 졸속행정 비판…"연장해 달라" 고성 잇따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권재희 기자]정부가 영등포역사와 서울역사 등 점용기간이 만료된 민자역사에 대한 국가 귀속 결정을 내리면서 해당 역사에 임차매장을 연 소상공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21일 서울 영등포역사내 롯데백화점 5층에서 철도시설공단 민자역사관리단 주최로 열린 '민자역사 관련 설명회'는 조만간 매장을 비워 주게된 백수십여명의 임차 점주들이 고성과 격한 표현을 쏟아내며 시종일관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영등포역사에는 임대업체만 123개에 달하고 이 가운데 올해 말 점용기간 만료 이후까지 초과계약한 업체는 17개다.
설명회장 주변에는 '일방적 통보로 영세상인 몰아내는 대한민국 최고존엄 갑질기관 국토교통부, 문재인 대통령도 알고 계시나요', '경쟁입찰하면 임대료 폭등한다', '국가귀속 반대' 등의 손 피켓도 등장했다. 벽마다 '국토부는 사탕발림 그만하고 점용허가 연장하라', '졸속한 정책결정 중소 민자역사 죽는다' 등의 현수막도 붙었다.
이날 시설공단 측에선 은찬윤 민자역사관리단장과 정현숙 계획총괄팀장 등이 나와 영등포역사 국가귀속에 대한 상인들의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점주들은 정부의 졸속결정을 조목조목 따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한 점주는 "국가가 하는 일이라 안정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 줄 알고 들어왔는데 '정리기간을 줄 테니 나가라'는 이런 졸속행정이 어디 있느냐"면서 "정부가 어떻게 시정잡배처럼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고 따졌다. 또 다른 점주는 "지난 30년 동안 머하고 3개월 남겨놓고 연장불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느냐"면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을 꼬박꼬박 받고 정작 일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자역사와 관련한 정부의 연구용역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가귀속을 결정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이어졌다. 은 단장은 "연구 용역은 2014년과 2015년 1억원을 들여 진행 중"이라며 "아직 마무리가 안됐지만 국가 귀속 원칙은 정해졌기 때문에 점용기간 만료 이후에는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점주는 "앞뒤가 안 맞는 말씀을 계속 하시는데 4년간 결과도 못 받는 연구용역을 왜 맡겼느냐"고 호통쳤다.
공단이 최근 국가귀속을 결정하고, 이들 임차매장에 대해 1~2년의 유예기간을 주기로 발표한 뒤 이날 구체적인 시기와 유예기간 이후 계획 등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며 점주들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한 점주는 "이 자리도 요식행위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또 다른 점주도 "언론보도와 똑같은 이야기를 할 것이며 무엇하러 왔느냐"면서 "우리보고 알아서 나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영등포 역사의 점용기간 만료이후 경쟁입찰을 통해 새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했다. 한 점주는 "정부가 임대료를 많이 받기위해 영세상인들을 죽이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상인은 "작년에 들어간 매장 인테리어 비용만 1억원"이라며 "새 사업자가 선정돼 5년간 장사를 해도 요즘 경기가 안좋아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데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임차 점주들은 새로운 사업자가 선정되면 계속 매장을 열수 있을 수 있지만, 지난 20년간 롯데백화점에서 근무한 저는 바로 직장을 잃는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은 단장은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할 때 고용 문제도 감안하겠다"고 답변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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