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유니세프와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대북 지원 여부를 놓고 오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교추협)가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통일부가 "교추협에서 지원 방침을 결정하더라도 지원 시기 등은 남북관계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교추협이 인도적 지원을 결정하더라도 지원시기는 뒤로 미룰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통상 교추협에 안건으로 올라가면 큰 변동 없이 지원이 결정된 온 기존의 정부의 태도와는 달라진 것이어서 대북 재제시기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부의 깊은 고민을 짐작할 수 있다.
지원 검토 방침이 발표된 시점이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리가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한 지 이틀 만이었던데다 발표 다음날인 15일에는 북한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또다시 북태평양상으로 발사했다.
이어 북한은 16일 관영매체 보도를 통해 화성-12형 전력화를 선언하며 "(핵무력완성 목표의) 종착점에 거의 다다른 만큼 끝장을 보아야 한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언급을 통해 사실상 추가도발을 예고한 상태다.
북한이 주요 기념일인 당창건기념일(10월 10일)을 전후해 대형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꾸준히 지적돼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직접 대북인도지원 시점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도 우리 정부에는 부담이다.
미국 국무부도 미국의 입장에 대한 미국의소리(VOA) 방송의 질의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져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정부는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을 지속한다'는 원칙에 따른 결정임을 내세우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고 "북한 핵실험 직후이고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점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인도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구분해 추진한다는 원칙 하에 이번에 발표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 출범 이후 유니세프와 WFP가 각각 7월과 5월 공여를 요청해와 내부 검토를 계속해 왔다면서 국제기구가 자금 부족으로 대북지원 사업을 계속 축소해온 상황에서 인도적 측면의 시급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인도적 지원은 안보리 재제 상황에서도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안보리 결의 2375호도 북한의 취약계층이 처한 심각한 어려움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제재가) 북한 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도적 영향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어 이번 지원계획이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의 제재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대북지원은 민생을 외면한 채 핵개발에 몰두하는 북한 정권보다 우리와 국제사회가 도덕적·윤리적으로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변화와 궁극적인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북한 주민에 대한 지속적인 접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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