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국민의당 날선 공방…"땡깡 발언 사과하라" vs "존재감 과시 대신 국민 뜻 받들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머리자르기' 발언으로 한 차례 불편한 관계를 맺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국민의당이 이번에는 '땡깡(생떼)' 발언으로 악연을 이어가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준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추 대표와 국민의당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대표와 국민의당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 사태 이후 책임 공방을 벌이며 냉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국민의당은 자당을 향해 '땡깡', '골목대장질', '적폐세력'이라고 비판한 추 대표를 향해 사과를 요구하며 김명수 후보자의 인준과 관련한 일체의 협상 중단을 선언했고, 추 대표는 사과 요구에 묵묵부답인 상태다.
양당은 이날에도 공방을 주고 받았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리당략이 아닌, 존재감 과시가 아닌 국민의 뜻을 받드는 신중한 결정을 해주길 당부한다"고 일침을 가했고, 장진영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대구 최고위원회의에서 "추 대표는 잊을만 하면 판을 깨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나타내는데, 요즘 아이들은 이런 사람을 '관종(주변의 관심을 끊임 없이 바라는 사람을 일컫는 속어)'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와 국민의당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추 대표는 앞서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사건' 당시 국민의당의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머리 자르기"라는 표현으로 공세를 폈고, 국민의당은 이를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규정하며 진행 중이던 추가경정예산안 협상을 중단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머리자르기', '땡깡'과 같은 추 대표의 발언이 지지층 규합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예상치 못한 부결사태에 지지층의 질타가 적지 않은 만큼, 책임을 덜기 위해 국민의당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특히 양당이 경합하고 있는 호남 민심을 선취하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의당 역시 고비마다 추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는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됐을 때는 머리자르기 발언으로, 김이수 후보자 낙마로 호남 여론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일 때는 땡깡 발언으로 정국을 전환해왔다.
다만 추 대표와 국민의당의 냉전이 장기화할 경우 서로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당으로서는 추 대표의 공격을 계속 맞받아치는 것이 돌아와야 할 핵심지지층(호남)에 악영향을 주는 측면도 있어 고민이 깊을 것"이라며 "민주당 역시 국민의당의 도움 없이 김명수 후보자 인준이 어려운 만큼, 사과는 않더라도 원내지도부나 청와대 등을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