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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병원을 위해 꿇은 무릎, 특수학교를 위해 꿇은 무릎

"구로까지 통학하는 아이들 생각해 달라" 무릎 꿇은 학부모들
맞 무릎 꿇은 '특수학교 절대 불가' 주민들…학교용지에 한방병원 설립 고집

한방병원을 위해 꿇은 무릎, 특수학교를 위해 꿇은 무릎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 특수학교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특수학교 설립 찬성을 호소하고 있다.(출처=유튜브 영상 "'강서구 무릎 꿇은 학부모들' 왕복3시간 특수학교 설립 호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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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지역주민과 학부모들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보다 가까운 곳에 자녀를 통학시키고 싶은 특수학교 학부모와 학교 부지에 한방병원을 들이고 싶은 지역 주민들이 서로에게 무릎을 꿇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서울 강서구 탑산초 체육관에서 지난 5일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는 가양2동 옛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주민들의 의견이 맞선 상태에서 서로를 향해 무릎을 꿇는 일이 벌어졌다. 그럼에도 이들의 눈높이는 맞춰지지 않았고, 의견 차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장애인단체 및 학부모단체, 강서구 주민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장애학생 학부모 장모씨는 특수학교 설립 부지에 한방병원 설립을 요구하는 주민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양보를 부탁했다. 매일 2시간 가까이 걸리는 구로구의 특수학교로 통학하는 자녀를 위해서였다.

장 씨를 포함해 50여명의 학부모가 무릎을 꿇자 지역주민 10여명도 반대편에서 특수학교 대신 국립한방의료원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며 무릎을 꿇었다.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채로 토론회가 끝났다.

한방병원을 위해 꿇은 무릎, 특수학교를 위해 꿇은 무릎 (출처=유튜브 영상 "'강서구 무릎 꿇은 학부모들' 왕복3시간 특수학교 설립 호소" 캡쳐)


주민들은 강서구에는 이미 특수학교가 있을 뿐더러, 마곡단지에도 대체 부지가 있는 만큼 옛 공진초 부지에는 특수학교가 아닌 한방병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강서구 지역이 조선시대 어의(御醫) '허준'의 출생지인 만큼 한방병원을 지어 문화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이유도 들었다.


하지만 옛 공진초 부지는 서울교육청 소유이며 학교를 설립해야 하는 학교용지다. 반면 마곡단지 쪽 부지는 서울시 소유의 공원용지다. 공원용지에 학교를 지으려면 학교용지로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한 서울시가 마곡 단지 부지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적도 없다. 주민들의 주장이 막무가내식 지역이기주의로 비쳐지는 이유다.


주민들이 이처럼 특수학교 설립 반대 뿐만 아니라 한방병원 설립을 강력히 주장하는 불씨는 김 의원이 제공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13일 총선을 앞두고 '강서 르네상스'라는 공약을 내세우며 가양2동에 국립한방의료원을 건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 공약을 위해 서울시교육청과 사전에 어떠한 협의도 하지 않았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김성태 의원이 한방의료원 공약을 내세우기 전에 서울교육청과 상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자리를 찾은 조 교육감은 이를 두고 주민들의 반복된 한방병원 건립요구를 "김성태 의원이 만든 가공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주민들의 모습에 대해 극심한 지역이기주의라며 여론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무릎을 꿇은 영상이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진 뒤 지난 7일에는 장애인 부모들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됐을 정도다.


서울 동작구의 특수학교인 서울삼성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박모(59)씨는 "다들 부모고 자식이 있을 법한데도 자식을 위한 마음을 이해 못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무릎까지 꿇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특수학교가 들어선다고 그렇게 큰 손해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한방병원이 들어선다고 해서 그렇게 큰 이득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데 이렇게 학부모의 마음에 못을 박으며 갈등할 문제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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