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그리스 아테네를 찾아 "주권·민주주의·신뢰가 위험에 처했다"며 유럽연합(EU) 재건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EU리더십을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프로코피스 파블로풀로스 그리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협력 증진방안, EU의 미래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어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 상징적 장소인 프닉스 언덕에서 유럽의 비전을 제시하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는 연설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는 유럽을 재건할 힘을 찾아야만 한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앞으로 EU 재건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겠다"며 "EU 회원국들이 단결하는 것만이 기후변화, 테러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 자리에서 로드맵에 대한 상세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는 이달 말 총선을 앞둔 독일이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지 명확하지 않아서라고 가디언은 풀이했다.
그간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와 재무장관을 만들고 경제안정화를 위한 공동예산을 신설하는 방안을 주장해왔다. 이는 대부분 EU 조약 개정이 요구되는 내용이다. 앞서 그는 유로존 공동예산과 관련해 "각국이 국내총생산(GDP) 수치에 맞춰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프닉스 언덕에 서서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EU 경제권이 더 민주적이고 스스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이 프닉스 언덕에서 연설 기회를 얻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가디언은 "2015년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를 걸고 국제채권단의 추가 긴축요구를 거부하던 당시, 프랑스 경제장관이던 마크롱 대통령이 그리스의 입장에 서서 중재자역할을 해줬다"며 "그리스에서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수년 째 진행 중인 그리스의 개혁을 높이 평가한다"며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첫 신호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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