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국가정보원의 제18대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민간인 신분으로 댓글 활동에 참여한 국정원 퇴직자모임 전·현직 간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범죄혐의는 소명되나 수사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지회 전 기획실장 노모씨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 판사는 또 "은닉한 물건의 증거가치와 주거,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망하거나 이 사건 범행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지회 현직 간부 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5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노씨에게는 공직선거법 위반 공범 혐의가, 박씨에게는 증거은닉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노씨는 양지회 내에서 댓글 활동을 주도하며, 외곽팀장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지회는 국정원 퇴직자들의 모임으로 내부 소모임인 '사이버동호회' 회원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인터넷 여론조작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노씨의 경우 '사이버동호회' 회원들을 상대로 온라인 여론 공작에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을 교육했고, 박씨는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지는 과정에서 양지회 내부 자료를 숨기거나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댓글공작의 민간인 조력자들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영장이 기각된 이후 "두 피의자 모두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검찰은"이 사안은 양지회 측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국가 예산으로 활동비를 받으며 노골적인 사이버 대선개입과 정치관여를 했다"며 "수사가 이뤄지자 단순한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기로 하면서 관련 증거를 은닉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국정원 사이버팀과 민간인 외곽팀의 운영 실무 책임을 진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소환해 당시 심리전단 운영 실태와 목적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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