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조은임 기자]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아시아 국가들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여성 노동인구 비율 증가'를 지목했다. 한국의 경우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차이가 줄면 국내총생산(GDP)이 10%까지 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7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아시아의 지속성장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2017 기획재정부-한국은행-IMF-피터슨연구소 국제컨퍼런스 환영사에서 "아시아 전역에서 또 하나의 경제변혁이 시작되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지금까지 달성한 발전을 기반으로 새로운 취약성을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증가율 등을 아시아 국가들이 해결해야 할 장기적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어 "과감한 경제적 조치와 강력한 국제 협력을 통해 아시아의 미래를 기회를 구축할 기회가 있다"며 '경제개혁의 핵심인 교육에 중점을 두는 차세대 변혁'을 요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가장 먼저 여성 노동인구 비율을 높이는 '인구통계학적 기회 포착'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일본, 한국 등 국가들은 인구가 급격이 고령화되고 있어 미래에 더 적은 노동력을 보유하고, 생산성 증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효력이 있는 한 가지 방법은 노동 인구에 대한 여성의 비율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시장에서 성별 차이를 줄이는 경우 GDP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9%, 한국은 10%, 인도는 27%까지 GDP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 노동비율을 높이면서 한국과 일본은 2차 소득자 과세를 개혁하고, 보육 혜택, 그리고 임시직에 대한 세금 혜택을 강화하는 데 더 많은 중점을 둘 수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또 '포괄적 성장 촉진'으로 부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도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경제 성장의 혜택을 더 광범위하게 공유할 때, 성장은 더 강화되고, 지속성이 있고, 회복력이 있다"고 전했다. 소득주도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한국의 예산 승인을 언급하면서 "경제적 '건전성 수준'의 증가는 차세대가 더 부유해질 것이라는 것을 보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산성 증가'를 위한 방안으로는 '기술 혁신'을 꼽았다. "(기술혁신은) 연구개발에 대해 세금 혜택을 제공하고, 인프라와 교육 개혁에 더 많이 투자하는 것을 포함한다"면서 "이사아는 기업가 정신의 세계 챔피언으로 지나치게 엄중한 규제를 줄이고, 재임자를 보호하는 것보다 새로운 벤처와 신선한 아이디어를 개발해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역의 역할 또한 생산성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무역은 기술 혁신의 공유를 촉진하고, 회사들이 신기술과 더 능률적인 사업 방식에 투자하는 것을 추구한다"며 "오늘날 전세계에서 수십억 명의 사람들은 더 높은 소득과 생활 수준을 향유하고 있어 생산성의 증가는 무역을 변혁시키는 힘을 실증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지역사회들의 사회적 문제에 이르는 구조적인 변화가 부정적인 부작용을 일으킨다"며 "근로·환경 기준을 더 잘 보호하는 현명한 무역 협정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마지막으로 '파트너로서의 IMF'를 강조하면서 "IMF가 존재하는 이유는 탄력과 포괄적인 성장을 조성하기 위해 회원국들과 협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고형권 기재부 차관 "아시아 경제 성장의 질 높여야"
라가르드에 앞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환영사에서 아시아 경제가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 성장의 질을 반드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차관은 "아시아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빠르게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있지만 이제는 성장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 성장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 목표를 확고하게 실행해야 한다"며 "아시아 각국은 인프라개발을 지원하고 소득격차와 성차별을 완화해 나가야 하며 사회복지와 공공서비스를 증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포용적 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을 증대하기 위한 것이며 빈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모범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고 차관은 아시아 지역의 빠르게 변화하는 인구 변화 추세에 특별히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아시아의 고령화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아시아의 상당 지역이 부자가 되기도 전에 늙는 위험에 있다고 경고했다"며 "고령화는 결국 생산성 악화라는 결과로 직결되기 때문에 아시아는 제대로 된 구조개혁과 생산성을 증대하기 위한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시아가 대외 충격과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고도 했다. 고 차관은 "역내 협력과 통합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며 "대외 경제 충격에 맞서 글로벌 금융안전망을 강화하고 역내 시장의 외연적 확대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대내 지향적 지역주의는 지양해야 하고 세계경제의 한 축으로서 보호무역주의를 막는데 아시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수출주도, 지속성장 걸림돌…경제 리밸런싱 도모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환영사에서 아시아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방안으로 수출주도에서 수출·내수간 균형을 추구하는 '경제의 리밸런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아시아 경제가 도전한 과제로 ▲성장 패러다임 전환 ▲경제의 리밸런싱 도모 ▲인구 고령화 대응 등을 언급했다.
그는 혁신에 의해 주도되는 질적성장을 강조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와 관심을 선진화하고 혁신을 자극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유인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대추구 억제와 규제 완화를 꼽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활성화를 통한 신기술, 신성장동력 발굴을 강조했다.
경제의 리밸런싱을 위해선 성장, 고용, 내수 간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총재는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 성장과정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수출과 내수 등 부문간 불균형이 심화돼 지속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수 확대를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가 높은 중소기업과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내수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거시경제정책이 활용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단, 재정과 통화정책의 지나친 확정적 운용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재정과 통화정책의 확정적 운용이 자칫 장기화되거나 과도하게 되면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금융불균형을 누적시킬 수 있다"며 "중장기적 시계에서 지속가능성에 유의해 통화·재정·거시건전성정책과 미시적 구조개혁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총재는 "성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경제의 리밸런싱이 이루어져도 인구고령화 대응이 실패한다면 기조적 저상장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당수 국가에서 '인구 보너스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며 "고령자는 물론 청년, 여성 등의 경제활동 참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노동관련 제도를 개편하고 출산율 제고를 위한 사회·교육정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제컨퍼런스에서는 아시아 국제들의 지속성장을 위협하는 도전과제를 인구구조, 기술진보, 생산성, 국가간 연계성 측면에서 논의한다. 주요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와 함께 바람직한 거시경제정책과 무역·투자정책 방향에 대한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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